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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전환 왜 잘 안되나/김준형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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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전환 왜 잘 안되나/김준형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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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여의도에 자리잡은 기업구조조정위원회에서는 K그룹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회의가 열렸다. 오후 5시30분에 시작한 회의는 다음날 새벽 0시30분이 돼서야 결론을 도출했다.회의가 길어지게 된데는 출자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큰 요인이 됐다. 당초 채권단은 세동회계법인의 실사를 거쳐 K그룹에 대해 1조5,000억원을 출자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말 이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K그룹측은 발칵 뒤집혔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출자전환이 무엇인가. 금융기관이 빌려준 돈을 받지 않는 대신 주식으로 전환해주겠다는 엄청난 특혜이다. 「빚쟁이」들이 손해를 무릅쓰면서 도와주겠다는데 한 푼이 아쉬운 「수혜자」가 앞장서 손을 내저었던 이유는 뭘까. 출자전환에는 일정비율의 감자(減資)가 선행돼 기존 주주의 지분이 크게 낮아지게 된다. 출자전환액수가 많을 수록 기업의 재무구조개선효과는 커지고, 반대로 경영진의 지분은 크게 줄어든다.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마냥 달가워할 일이 아닌 것이다. K그룹은 우여곡절끝에 외자유치를 전제로 출자전환액을 5,000억원으로 줄였다.

K그룹의 사례는 비단 어느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워크아웃 협상을 진행중인 채권금융기관 관계자들은 『기업회생의 가장 큰 걸림돌은 대주주의 경영권(지분)에 대한 집착』이라고 말한다. 물론 조금만 뛰면 회생가능성이 보이는 마당에 평생 일궈온 기업을 내줄 수 없다는 기업주의 입장은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워크아웃 기업의 경영주들이 일정시점이 지난뒤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는 「바이 백 옵션(Buy Back Option)」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이 살아나지 않고는 기업주의 재기도 없다. 지나치게 과거의 지분에 집착하다간 기업의 회생기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버리는게 얻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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