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선 ‘우려’ 재우고 호남선 ‘기대’ 달랬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2일 서울시청 방문을 끝으로 전국 16개 시·도를 일순했다. 김대통령의 지방 순시는 4월30일 대구시 업무보고로 시작돼 6개월 가까이 걸렸다.
과거 대통령의 지방방문이 주로 당일 행사였던 데 비해, 김대통령은 영남·호남·충청에서 각각 1박을 하는 등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충청지역의 경우 같은 날 귀경토록 일정을 짠 것을 김대통령이 1박2일의 일정으로 잡도록 지시했다는 후문. 또 부산·경남 방문이 수해 및 현대자동차 노사분규로 연기되자, 호남 등 다음 방문 일정을 함께 순연하라고 지시하는 등 곡절도 있었다.
김대통령이 지방 순방에 힘을 쏟은 것은 『일단 취임하면 한 지역이 아니라 전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메시지를 눈에 보이게 전하기 위해서였다고 청와대관계자는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선거에서 지지를 했든, 또는 반대를 했든 대통령은 헌법에 의해 모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봉사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각 지역에서 마다 강조했다. 같은 말을 통해 영남지역에서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역으로 호남에서는 지나친 「기대」를 달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인재 등용과 지역개발 및 예산배정에서 절대차별이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지역 마다 두둑한 「선물」보따리를 들고 갔다. 영남에 가지고 간 꾸러미는 더 무거워 보였다.
지난달 3일 부산에서 김대통령은 ▲부산 지하철 부채 2조원중 1조원의 국고부담 및 지하철 2, 3호선 조기완공 ▲부산신항 건설 및 부산 선물거래소 건립 등을 약속했다. 내년도에만 부산지역 92개사업에 예산 5,800여억원이 배정된 상태다.
호남에서 김대통령 내외는 감상에 젖었다. 8월25일 2년반만에 찾은 정치고향 목포에서는 수만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연도에 나와 김대통령을 환영했다. 이지역에서 김대통령은 2001년 서해안 고속도로 전구간 개통, 전주권 공항건설등을 약속했다.
수도권지역에서 김대통령은 『양보다 질에 치중한 발전전략을 세울 것』을 강조한 뒤 일선공무원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지방순시중 노점상단속 자제, 음주운전 단속강화, 대학로 미관 개선 등 이례적으로 세세한 지시를 내리는 독특한 스타일이 나타나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노력이 지역사회의 여론을 바꾸는 단계에 이를지는 아직 미지수다. 동서화합은 중앙정치에서의 통합노력이 보완되지 않는 한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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