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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청 남용과 인권국가(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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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청 남용과 인권국가(社說)

입력
1998.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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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국가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의 비공식 감청을 금지시키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새 정부 출범 직후에는 불법감청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종찬 안기부장의 약속이 뒤따랐었다.그러나 최근 국정감사를 계기로 국가기관의 감청남용이 다시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 사정이 개선된 것같지 않다. 안기부는 불법 감청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재계·언론계·재야 등의 중요인사들중 일상생활에서 감청공포를 느끼지 않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공식자료를 봐도 이같은 불신에는 근거가 있어 보인다. 정보통신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안기부·검찰·경찰·군(기무사) 등이 법원에 신청한 감청영장 청구건수는 96년 2,067건에서 97년 6,002건으로 폭증했고, 올해 상반기만 해도 96년 한해보다 50% 늘어난 3,580건이다. 감청이란 국가기관이 수사나 정보수집 등 공공의 목적으로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유·무선 통신을 엿듣는 것을 말한다. 그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다. 문제는 국가기관이 정치사찰 등의 목적으로 영장 없이 몰래 듣는 불법감청과 민간의 도청행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통신기술의 발달은 상상을 초월하는 도청기기를 만들어냈다. 전화국에서 단말기를 통해 남의 전화를 엿듣는 것은 손쉬운 일이고, 전자제품 전문점에 가면 큰돈 안들이고 손톱 크기의 고성능 도청기를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어서 민간에서도 얼마든지 남의 전화를 엿들을 수 있다. 법원의 영장이 없더라도 전화국 직원들이 안기부·검찰·경찰등의 「협조」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전화기에 도청방지기를 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정치인등 민감한 사람들은 도청이 어렵다는 휴대용 전화기를 여러대 구입해 번갈아 사용하기도 한다. 그만큼 도청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휴대용 전화라도 아날로그 방식은 100% 도청이 가능하고, 디지틀 방식의 전화기 도청기술도 개발됐으며, 팩시밀리 해독도 가능하다고 한다.

현대인에게 전화통신은 공기와 물처럼 뗄 수 없는 것이다. 통신 비밀을 누릴 권리는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이다. 인권국가를 표방하고 있는 정부는 유엔의 세계 인권선언 50주년을 계기로 국가인권위원회 설립과 인권법 제정을 추진중이다. 간첩·유괴·마약 사건의 수사 등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감청과 도청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노력없이는 진정한 인권국가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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