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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 부조리극 ‘칼리굴라’/극단 산울림 27일 무대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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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 부조리극 ‘칼리굴라’/극단 산울림 27일 무대 올려

입력
1998.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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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허무해”… 자유향한 광기/운명저항 로마폭군 칼리굴라/그의 奇行 통해 현실 꼬집기폭군이라는 존재는 작가에게 상상력을 불어 넣는다. 로마의 3대황제 칼리굴라는 폭군이었다. 누이동생과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고 마음에 안드는 사람은 무조건 죽이거나 고문하는 등 그의 광기어린 기행을 역사는 잊지 못한다.

실존주의작가 카뮈는 그러나 그를 운명에 저항하는 인물로 재창조했다. 1938년 스물다섯의 카뮈가 주연을 맡을 요량으로 썼던 「칼리굴라」를 극단 산울림이 27일부터 공연한다. 2차대전의 발발로 초연은 45년에야 제라르 필립 주연으로 성사됐다.

카뮈가 희곡서문에 『시각적인 로마는 필요없다』고 썼듯이 「칼리굴라」에 로마는 없다. 무대는 계단으로 단순화했고 배우들은 현대 정장을 입었다. 카뮈가 히틀러라는 존재를 염두에 두었듯이 극단 산울림은 단지 로마를 빌려 오늘을 이야기한다.

카뮈는 칼리굴라를 생의 허무, 운명의 한계에 도전하는 인물로 그렸다. 누이동생이 죽자 『인간은 죽는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다』고 깨달은 칼리굴라는 신에 도전한다. 그의 온갖 폭력과 살인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한 광기에서 비롯됐다. 결국 칼리굴라는 삶의 무가치함을 부인하고 싶은 이성의 대변자, 케레아의 손에 암살된다.

연출을 맡은 채윤일씨는 『지금 우리 대중의 겉모습은 칼리굴라같다. 죽음과 운명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지 않지만 성의 문란, 도덕의 붕괴, 금전만능주의등 기행만은 닮았다. 그것이 정치 경제적 혼돈과 불안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요즘의 세태를 꼬집는다. 칼리굴라는 김학철, 정부 세조니아는 97년 전국대학연극제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신인 최화순이 맡았다. 케레아 역에 박지일, 시인 시피용 역에 전수환, 충복 에리콩 역에 이창직 등 12명이 출연한다. 소극장이라 원작의 등장인물 수(30명)를 대폭 줄였지만 내용은 대부분 살려서 2시간30분 동안 공연한다. 12월27일까지 화∼목 오후 7시, 금∼일 오후 3·7시 소극장 산울림. (02)334­5915<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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