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찰이 21일 민주경찰로 태어난 지 53돌을 맞았다. 과연 경찰은 민주주의 법치주의 초석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국민에게 친절하고도 엄정한 법집행을 하고 있는가. 경찰은 지난 14일 경찰서비스헌장 실천다짐 결의대회에서 범죄와 사고를 예방하고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며 모든 민원은 친절 신속 공정히 처리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권한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일선의 치안현실은 이와는 많은 거리가 있다. 불친절하며 형식적이면서 면피나 하려는 방범활동이 다반사인 것이다.그러면 일선경찰관들의 근무여건은 어떠한가. 공휴일 개념없이 평균 12시간 이상의 근무는 인간능력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불친절과 근무태만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왜 그러한가. 물론 인원을 많이 증원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중앙집권적 국가경찰 일원체제를 극복하고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는 일이다.
현재 우리의 경찰조직은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권위주의 체제다. 때문에 청단위, 서단위에 많은 인원이 모여있고 일선경찰관들이 국민에게 친절한 법집행을 신경쓰기 보다는 윗사람들 모시기에 더 바쁘다.또 자율적인 방범활동보다는 명령·지시에만 의존하는 형식적인 법집행이 체질화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자치경찰제 도입과 민주적 의식개혁없이는 어떠한 개혁도 무망하다고 볼 수 있다.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에 있어서 필수적이듯이 경찰민주화는 자치경찰제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자치경찰제 실시를 계기로 경찰청 지방경찰청 경찰서 파출소로의 권한 위임이 이루어지고 일선기능이 강화하는 동시에 경찰서 과·파출소 통폐합, 합리적인 업무조정 등 경찰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은 경찰관 1인당 담당 국민이 500명선으로 우리와 비슷하지만 3부제를 기본으로 하면서 도쿄(東京)시내에서는 4부제까지 하고 있다. 출근시간도 퇴근시간도 일정치 않은 우리와는 너무나 거리가 있는 것이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하여는 두 가지 이유에서 시기상조론이 있다. 첫째는 남북대결 상황에서는 사회불안요인이 많아 불가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역할거주의 이기주의에 의하여 지역간에 공조체제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문제는 바로 중앙의 경찰청장에게 조정·통제 장치를 마련해줌으로써 얼마든지 해결가능하다. 오히려 이 문제에 대해 현 정권과 경찰 내부의 일부 수구세력이 막연히 경찰력의 약화를 이유로 반대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특히 정국불안 등을 이유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치경찰제 도입은 경찰수사권의 독자성 확보와 더불어 경찰민주화의 상징으로서 현 국민회의·자민련의 오랜 대선공약사항이면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당선후 제일성이었다.
그간 IMF시대의 위기관리, 국회공전 등의 이유로 자치경찰제 도입이 지체되고 있으나 집권여당인 국민회의 안은 이미 마련되어 있는 상태이다. 경찰청장의 임기 2년 보장, 국가경찰위원회 도입, 경찰수뇌부 인사에 있어서 정치적 중립성 보장 등 그 내용에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현재의 중앙집권적 국가경찰체제는 선진국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고 그 조직의 한계성으로 어떠한 개혁 조치도 일선 경찰관들에게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다. 자치경찰제의 도입은 우리 경찰에 민주성과 활력을 불어 넣으면서 경찰개혁에 실마리를 마련해 줄 수 있는 만큼 즉각적인 도입을 정부에 촉구한다. 현 「국민의 정부」의 2대 국정지표의 하나인 민주주의 실현에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경찰개혁위원>경찰개혁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