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사고로 등과 가슴에 무거운 혹을 달고, 그래서 언제나 숨이 가빠 밭은 숨을 쉬었던 사람. 그래도 눈빛만은 강렬했고 작품은 더욱 빛났던 사람. 기껏 서른아홉에 마감할 인생에 몇번이고 자살을 기도했던 사람. 그가 떠난 지 10년을 추모하는 전시가 마련됐다.2월11일로 10주기를 맞은 고(故) 손상기(孫詳基·49∼88·사진)씨의 예술혼을 기리고 화문집 「자라지 않는 나무」발간을 기념하는 전시가 28일까지 샘터화랑(025145122)에서 열리고 있다. 화문집에는 세상과의 이른 결별을 예견한 듯 차곡차곡 모아둔 메모 작품론 수필과 스케치 유화작품등이 수록됐다.
그는 초등학교 3년 때 소풍가서 등을 다쳐 곱추가 된 후 소외와 열등감 속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원광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서울의 어두운 단면에 자신의 인생을 투영해 어둡고 암울한 작업인 「공작도시」 「자라지 않는 나무」등을 선보이면서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세계를 일궈갔다.
그는 우리 화단풍토에서는 드물게 선배 대가들로부터 먼저 평가받았다. 82년 샘터화랑과 인연을 맺은 것도 까탈스럽기로 소문난 전혁림화백의 추천 덕분이었다. 김기창 박고석 장욱진 최영림씨등 원로들도 그의 작품을 구입했다. 그러나 『그림값은 싸야 한다』며 싸게 팔았고 그래서 반지하셋방을 벗어나지 못한 채 그는 세상을 떠났다. 고향 여수풍경을 시리즈로 그려보겠다며 스케치여행을 강행, 폐울혈성 심부전증으로 숨진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아직도 많다. 전시에는 유화 40점 스케치 100점이 출품됐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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