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제국을 정복한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피사로(1470?∼1541)의 잔인함과 탐욕스러움은 역사에 그 이름을 남기고 있다. 1531년 300명의 병력을 이끌고 잉카제국에 쳐들어간 그는 2만∼3만명으로 추산되는 잉카제국의 군대를 물리치고 왕을 붙잡아 잉카제국을 정복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포로인 아타우알파왕을 협박해 금은 보화를 모조리 착취하고, 끝내는 왕과 원주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라틴아메리카에 맨 먼저 진출한 스페인은 이같은 만행을 곳곳에서 자행한 것도 부족해 잉카와 마야문명을 철저히 파괴했다. 대신 이곳에 가지고 들어온 것은 각종 질병과 서구의 사회 경제제도 및 이베리아반도 특유의 「지방주의」였다. 한 개인이 특정지역에 막대한 세력을 구축하고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독재권력을 행사하는 지방주의는 오늘날 혁명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남미 각국정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볼리비아는 1831년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이 자그마치 30명 가까이 바뀌었다. 페루는 1919년이후 지금까지 18명의 대통령이 등장했고, 백인이 비교적 많은 칠레도 1927년 이후 지금까지 28번이나 정권이 교체됐다. 남미 각국의 통치자들은 대부분 군출신으로 헌법을 정지시키고 국회의 문을 닫거나 꼭둑각시로 만들어 마음대로 정권을 농락했다. 전형적인 인물이 17일 영국에서 긴급 체포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82) 전칠레대통령이다.
73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피노체트는 90년까지 『내 명령 없이는 나뭇잎 하나도 움직이지 못한다』고 호언하며 철권통치를 했다. 마치 피사로의 잔인함을 오늘에 되살리기라도 하려는듯 집권기간에 스페인인등 3,200명을 살해하고 수십만명을 불법체포 및 고문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로인한 실종자도 1,000여명에 이른다. 퇴임 후에도 종신상원의원직을 보유하고 있는 그가 피사로의 고국인 스페인의 요청으로 체포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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