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금리가 내려가고 일본의 엔화가 급등함으로써 우리 경제는 다시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행운을 잡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80년대 후반의 3저(低)가 우리 경제에 호황을 가져와 과잉투자를 해소시키고 금융부실을 축소시켰듯이 이번 3저도 분명 우리 경제 회복을 위해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신3저는 그 규모에 있어서 80년대의 3저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80년대 후반 우리가 맞았던 3저는 수년간 일본의 엔화가 240엔대에서 120엔대로 떨어졌고 미국금리도 10%대에서 5%대로 떨어졌으며 유가도 배럴당 27달러에서 17달러로 떨어졌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금리가 0.5% 내렸고 엔화가 140원대에서 110원대로 떨어졌으며 유가하락도 폭이 그리 크지는 않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외환위기로 어려운 경제상황을 맞고 있는 우리에게 커다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해야 하는 우리에게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원유수입액을 낮춰 큰 도움이 되고 이것이 대외신뢰도 회복을 촉진시키는 데에도 일조할 것이다. 미국금리 인하는 아직은 우리의 외채금리 부담 경감에는 미미한 도움밖에 되지 않으나 이보다는 엔화강세를 유도하게 됨으로써 우리에게 큰 간접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엔화강세는 무엇보다 기업·금융부실의 추가적인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국내 금리인하를 원화환율의 불안 없이 지속케해 준다는 면에서 우리가 숨쉴 공간을 제공해 주고 우리산업의 전망을 밝게함으로써 외국인투자를 촉진시켜 경기부양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경제 개혁이 만약 이러한 신3저로 느슨해진다면 많은 이들이 외환위기를 우리에게 「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이라고 표현하였듯이 신3저는 또한 우리에게 「위장된 저주」(disguised curse)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우리의 해외 차입금리는 5%의 국제금리에 7% 이상의 가산금리를 내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따라서 차입금리를 낮추는 길은 국제금리 하락보다는 가산금리를 낮추는 것이 훨씬 큰 효과를 가져오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금융구조조정의 진전이 해외투자자들의 우리 경제에 대한 최근 긍정적인 인식변화에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을 보아도 경기부양 약속보다는 구조조정 성과가 해외신뢰도 회복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에도 우리는 외부 경제 환경이 호전될 때 이를 구조개혁의 기회로 이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내경기 부양을 부추김으로써 경제체질을 더욱 약화시켜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신3저가 우리에게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혼돈되어 있는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의 우선순위를 구조조정에 더욱 확실히 둠으로써 우리 경제와 다른 신흥시장국들과의 차별화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결국 지금의 상황에서 경기회복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는 것은 국내재정 통화 팽창보다는 해외자본 유입 촉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해외자본 유입이 촉진되면 주식시장이 활성화하고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도 그만큼 쉬워질 것이다.
외환위기가 러시아 남미로 확산된다는 것은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해외자본을 더욱 쉽게 유치할 수 있는 길이 되기도 한다. 신3저로 다소 숨 돌릴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이 시기에 구조조정에 보다 더 역점을 두어 다른 외환위기국과의 차별화로 우리 경제 회생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경제학>경제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