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사안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하는가는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사안자체만을 갖고도 해석이나 예측의 논리가 다를 수 있고, 개개인이 그 사안에 대해 어떤 이해관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목소리를 달리 할 수 있다. 편견이나 선입관 등 알게 모르게 이미 재단돼 있는 잣대를 적용해 평가와 판단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여론은 이렇게 여러 갈래의 경로를 거쳐 형성되고 나타난다.판문점 총격요청사건과 고문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추석 전후 고향을 다녀온 사람들은 이를 보는 고향의 민심이 지역에 따라 상반돼 있었다고 전한다. 당시 본보 「기자의 눈」은 『총을 쏘라고 요청한 범죄자들을 처단해야 한다. 구타문제로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는 호남쪽 분위기와 『대다수가 총격요청 가능성에 반신반의하더라. 안기부가 무리한 의혹이 있다』는 영남쪽 기류를 대비하면서 이같은 지역주의를 맹목적 민심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정치에서 지역주의는 그 악명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변수이다. 지난해 대선이 그랬고, 그후 몇 번의 선거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15대 대선결과를 분석한 선거이론서인 「한국의 선거Ⅱ」는 유권자 개개인 내부의 사회심리가 특정 투표행위를 결정짓는 경로를 설명하면서 지역정서가 선거를 지배했다는 결론을 이론화하고 있다. 사회심리가 정치정서로 전환되고, 이는 다시 정치평가라는 투표심리에 영향을 주어 투표결정 행위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3개 정당이 모두 지역정당으로 낙인찍혀 있는 것도 이런 메커니즘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절실한 것은 전국정당이다. 국민회의가 야당의원 영입을 재개했다고 한다. 지금도 여대(與大)지만 보다 확실한 국회장악을 위해 의석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취약지역을 보강해 전국정당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선거이론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위적 의석보강보다는 사회심리의 변화가 선행돼야만 진정한 전국정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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