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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유화정책 수정 안된다/文正仁 연세대 교수(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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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유화정책 수정 안된다/文正仁 연세대 교수(한국시론)

입력
1998.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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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보수파 공세에 밀려/클린턴 행정부 강경선회땐 오히려 北 핵개발 가속 초래북한의 광명성 1호 발사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연착륙 정책을 선호하거나 관망세를 보여오던 미 언론들은 물론이거니와 여론 주도층 역시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를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미 보수파 공세는 두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하나는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유화정책이 북한의 입장을 고무·강화시켜 궁극적으로 전쟁이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과거 레이건 행정부의 대 소련 정책처럼 힘의 우위에 기초한 전략적 강공주의만이 북한의 양보 또는 궤멸을 유도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수파의 공세에 클린턴 행정부가 흔들려서는 안된다. 아무리 성추문이후 클린턴의 입지가 약화했고 미국의 대외정책 수립에 있어 의회와 여론의 입김이 드세다 하더라도 현재의 유화, 포용 정책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소한 세 가지 이유 때문에 그렇다.

첫째, 광명성 1호 발사가 북한의 위협적 실체를 생생하게 부각시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위협은 북한이 핵탄두와 그 운반체계를 공히 보유하여 핵강대국화할 때 가시화할 것이다. 이 경우, 한반도는 물론이거니와 동북아, 그리고 전 세계의 전략적 안정과 평화가 크게 위태로워 질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광명성 1호 발사로 운반수단 면에서의 능력은 어느 정도 입증되었으나 핵탄두 개발은 아직 미제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비록 제한적이지만 제네바 합의에 의거한 핵사찰 및 협상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미국이 제네바 합의를 일방 파기하고 강경대응할 경우, 오히려 북한의 핵강대국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대안 부재에 있다. 기존의 연착륙 정책을 포기할 때, 미국은 두 가지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 그 하나는 북한의 핵시설과 미사일 발사 기지등에 대해 제한적 선제공격(surgical strike)을 가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대북 봉쇄와 경제제재 조치등을 통한 점진적 목조르기(strangulation)작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두 가지 대안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제네바 합의에 따른 미·북간 핵협상이 현재 진행 중이며 광명성 1호의 실체에 대한 논의도 인공위성쪽으로 수렴되는 시점에서 선제적 군사 공격은 명분상 지극히 어렵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은 한국과 일본의 협조하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두 국가의 국내 구도로 보아 군사 강경책에 동참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목조르기를 통한 강경대치 국면의 장기화 역시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강경대치는 북한의 소련식 붕괴가 가능할 때 그 명분과 실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일은 고르바초프가 아닐 뿐 아니라 고난의 행군을 통한 강성국가 건설에 혈안이 되어 있는 북한을 와해 직전의 소련과 비유할 수도 없다. 오히려 대치국면의 장기화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 강대국화하는데 시간을 벌게 해 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이판사판 식의 군사 도발을 촉발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 관련 한미일 정책공조체제의 중심은 미국이다. 중심이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린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을 통하여 햇볕정책에 대한 한일간의 정책조율이 가까스로 이루어진 마당에, 미국이 연착륙 정책을 파기할 경우, 한미일의 정책공조에 큰 혼선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로 북한만 이롭게 할 뿐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회유와 포용을 포기하고 응징의 대안을 선택하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다. 미국은 흔들림없이 인내와 신중의 외교 기조로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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