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최근 사석에서 『그 어른(김영삼 전 대통령)의 독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가에서 김전대통령의 결기있는 성미는 유명하다. 퇴임후 은인자중하던 그가 요즘 「끓고」 있는 이유는 두가지 일때문이라고 한다. 하나는 8·15 특사에 차남 현철씨의 사면복권이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당이 추진중인 경제청문회문제다.현철씨 사면복권 문제는 대법원 확정절차가 끝나지 않은데다 그의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적 공분 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나 부정(父情)이려니 하면 이해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경제청문회문제에 대해 김전대통령이 화를 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의 경제국난이 모두 김전대통령의 책임이라는 식의 단순논리는 맞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 재앙은 고도성장의 단물에 길들어 거품의 향락에서 헤어나지 못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 애벌레가 화려한 무늬의 성충으로 성장하기 위해 때맞춰 탈바꿈을 하듯 우리사회도 새로운 세계경제 환경에서 살아남기위해 총체적인 탈바꿈을 시도했어야 했다. 그 실기가 어찌 김전대통령 혼자만의 책임이겠는가.
하지만 위기가 바로 문밖에 다가올 때까지도 전혀 깨닫지 못했던 원인, 우리사회의 위기경보 체제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우리는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경제청문회의 취지가 바로 그런 노력의 하나라면 당시 국정최고 책임자였던 김전대통령은 여기에 협조해야 한다. 자신이 보다 현명했더라면 위기를 비키거나 국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도 자문해봐야 한다. 시작은 화려했지만 끝은 더이상 참담할 수 없었던 그 5년에 대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가 스스로 궁금하지도 않은가. 후세를 위해 자신의 시신을 해부연구용으로 써달라고 유언하는 사람들이 있다. 김전대통령도 그들의 심정으로 자신의 「정치적 시신」을 경제청문회의 해부대에 올리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실패한 대통령인 그가 「성공한 퇴임대통령」으로 부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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