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貨)값이 올라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국제금리와 국제원자재 값이 하락하여 이른바 삼저(三低)가 찾아왔다. 우리 경제에 호기(好機)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은 한시효과가 있는 캠퍼(장뇌)주사와 같은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것때문에 우리 경제에 부분적으로 활력이 생기는 것을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되살아 난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이것을 활용해서 구조조정을 다그쳐야지 허리띠를 풀고 경기확대 쪽으로 선회하는 구실이 되서는 안된다. 이런 점에서 삼저를 조심해야한다.삼저현상이 온 것은 세계불황때문이다. 더 좁혀서 말하면 장기호황을 누려온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 조짐을 나타낸 것이 그 직접적인 촉매제가 된 것이다. 미국 경제는 7년째 고도성장에 물가안정까지 겹친 호황을 누렸고 지난 10년간 주가가 다섯 배나 폭등하는 재미를 보았다. 그러나 이런 속에서 미국 경제에 거품이 쌓여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드디어 올해 들어서는 경기가 냉각국면으로 반전한 것이다. 이러한 대세를 읽은 국제 금융자본이 달러를 팔고 일본의 엔을 사기 때문에 엔고(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세계불황으로 수요가 줄고 투자도 줄기 때문에 원자재 값도 떨어지고 국제금리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삼저현상이 우리 경제에 활력소가 될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엔고는 우리 수출에 힘을 줄 것이며 국제 저금리는 우리의 외채부담을 덜어주고 외자유입을 촉진할 것이다. 그리고 기름값 등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생산원가를 내려주고 물가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다. 삼저현상은 미국의 경기후퇴와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 상승 등 대미 수출이 불리해지는 역효과도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불황에 고통을 받는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때 지나가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산업의 생산 경쟁력과 관계가 없는 가격적 현상이며 이런 점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허상(虛像)이다. 삼저현상은 우리 수출을 촉진시키고 불황의 고통을 덜어주겠지만 이것을 마치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되살아나서 그러는 것으로 착각하여 허리띠를 풀고 경기확대 쪽으로 달려가다 보면 큰 낭패에 당면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실패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삼저현상은 이미 85년과 93년 두 차례나 경험한 바 있다. 85년의 경우 엔고 덕택으로 수출이 늘고 경기가 확대되어 88년의 올림픽을 전후하여 대호황을 누린 일이 있다. 이때 우리는 분수를 지키고 자제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그 때 우리는 임금폭등 노사분규 부동산투기 주가폭등 소비분출 등으로 거품을 양산(量産)하여 우리 경제는 경쟁력을 잃고 성장 위기에 당면한 바 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90년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정책을 펴서 겨우 경제안정을 되찾고 국제수지도 흑자로 돌아설 무렵 93년의 두번째 엔고가 다가왔던 것이다.
이때도 우리는 그 당시의 일본이나 대만처럼 허리띠를 졸라매는 감량내핍정책을 꾸준히 밀고 갔어야 옳았다. 그렇게 하여 거품을 완전히 제거하고 산업경쟁력을 회복시켰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오늘의 IMF위기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 새로 출범한 정부는 엔고로 인한 반짝 효과를 마치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되살아난 것으로 착각하고 경기확대 정책으로 밀어붙여 거품을 오히려 불어넣는 정책을 쓴 것이다. 그것이 이른바 100일 계획이었으며 신경제계획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실수를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점에 대해 특히 정부와 기업이 조심해야 한다. 삼저는 기회이며 이 기회는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경기확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구조조정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 허리띠를 풀거나 늦춰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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