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있었던 삽화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일본감독 이와이 순지(岩井俊二)가 관객들과 나눈 이야기였다. 그 자리에는 500명 정도가 있었는데 이와이감독의 영화를 안 본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한국에서 일본영화를 보는 것) 불법 아닌가요?』 이와이감독이 도리어 물었다고 한다.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될 것이라고 해서 법석을 떠는데 정말 이해하지 못할 것이 많다. 지금 30∼40대들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처럼 보아온 아톰과 마징가제트가 모두 일본 만화영화였다. 그 아랫세대는 말할 것도 없다. 도대체 이제사 일본문화 개방이라고 법석을 떨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르네상스적 문화인이었던 고(故) 한창기선생이 한 말씀도 있다. 『우리나라는 정말 이상하다. 출판시장을 외국에 개방하기 전에 이미 브리태니커사는 들어와 있었고 학원시장을 개방하기 전부터 알리앙스 프랑세즈라는 프랑스어학원은 있었다. 도대체 개방의 의미는 무엇이며 원칙은 무엇인가. 모르는 사이에 어물쩍 들어와 버리면 그만이고 규제가 생겨난 다음에는 들어올 수 없다는 의미인가』
인터넷을 통해 거의 대부분의 외국문화를 동영상으로까지 감상할 수 있는 이 즈음에 특정국가의 문화만을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일찌감치부터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하는 만화영화의 태반이 일본산이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일본문화 개방의 참 의미는 국산처럼 보아오던 일본산을 일본 것인 줄 알며 보고 마음껏 베끼던 가요와 방송프로그램을 베낄 수 없다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진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이다. 진실의 대가는 물론 참혹할 수도 있다. 금기시되던 것에 대한 매력이 증폭되어 크나큰 경제적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라도 우리 스스로 좀 더 우리 자신의 규범에 자신을 가져야 한다. 폭력과 성문란 아동학대 같은 우리 자신의 규범에 어긋나는 문화상품에 대해서는 국내작품과 마찬가지로 제재할 수 있어야 한다. 세금도 정확하게 받아내야 한다. 당장 영국문화원 일본문화원의 학원행위에 대해 세금을 정확히 받는지부터 당국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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