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전,‘고철’ 팔아 큰 돈 벌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전,‘고철’ 팔아 큰 돈 벌었다

입력
1998.10.20 00:00
0 0

◎‘엘니뇨’ 전력비상 美에 고철값 5억 낡은 설비 385억에 매각/美 NTE社서 철거비까지 부담/노후설비 처리 ‘발상전환’/외자유치 새 모델 제시한국전력 장영식(張榮植) 사장은 최근 며칠 즐거워서 밤잠을 설칠 정도다. 고철로 처리가 결정된 노후발전설비를 해외에 고가로 파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철거가 예정된 군산화력발전소의 노후 복합화력설비를 최근 미국의 NTE사에 2,750만달러(385억원)에 매각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고철로 팔 경우 5억여원밖에 받지 못할 노후설비를 80배 가까운 가격으로 팔아치운 셈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한전의 이익은 더욱 커진다. 고철로 판다면 철거비용(60억원 추산)을 한전이 대야하는 반면 이번 계약에서는 구매자인 미국쪽에서 철거비용까지 내는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미국 NTE사는 철거를 한전의 계열사인 한전기공에 맡겨 60억원의 철거비용까지 한전이 가져왔다. 결국 고철로 팔 경우 발생하게될 55억원의 손해를 440억원의 이익으로 바꾼 셈이다.

한전 관계자들은 이 엄청난 거래의 주역으로 장사장을 꼽는다. 용도폐기가 결정된 설비는 철거과정을 거쳐 고철로 매각해온 관례를 깨고 해외매각 가능성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발단은 엘니뇨였다. 지난해 미국지역을 강타한 엘니뇨로 인해 미국의 전기공급업체들은 내년도 전력대책을 놓고 비상이 걸렸다. 통상 발전설비를 주문제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년이상. 새로운 설비를 설치하는게 불가능해진 미국 업체들은 전세계에 깔린 중고설비를 대상으로 섭외를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미국 GE측이 한전에 가동중단된 발전설비의 매각의사를 타진해 왔다. 장사장은 3월에 가동을 중지해 고철로 철거가 예정된 군산화력의 설비를 국제입찰에 부칠 것을 지시했다.

결국 4∼5개 업체가 경합한 입찰을 통해 한전은 가격 계약조건(철거비용전담) 지불조건(11월5일 지불완료) 등에서 최대한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미국 NTE사는 물리적으로 신설이 불가능했던 미시시피지역의 전력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한전은 외자외치를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모두 이득을 본 「윈­윈 게임」이었다.

한 관계자는 『군산발전설비의 매각은 한전 외자유치성사의 첫 사례이기도 하지만 조직 전체에 발상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후 한전은 발상의 전환을 시작했다. 철거가 결정된 부산 3, 4호기는 최근 보수를 통해 효율을 높여나가기로 했고 군산화력의 주변기기들은 16일 다시 국제입찰에 부쳤다. 노후설비는 무조건 철거한다는 관례를 버리고 쓸 수 있는 것은 쓰고 팔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비싸게 파는 실용주의를 배운 셈이다.<이재열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