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해외방문땐 하락/美선 대선후 2년간 바닥장세…/“속설일뿐” 예외많아 맹신 금물「징크스(Jinx)」는 그리스에서 마술에 쓰이는 새의 이름이었다. 현대에 와서는 「입증할 수는 없지만 왠지 재수없는 징조나 사물」을 일컫는 단어가 됐다. 증권실패담을 주로 엮어 「내 인생을 바꾼 1%의 지혜」라는 책을 펴내기도 한 김준수(金俊秀) 현대증권감사실장은 『운전중에 길가에 치어 죽은 짐승을 보는 날은 손대는 종목마다 떨어진다』며 『아예 이런 날은 중요한 투자결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개인적인 징크스 뿐 아니라 증권가 전체에 회자되는 징크스도 다양하다. 숫자 13과 금요일을 불길하게 여기는 서구 국가에서는 13일과 금요일이 겹치는 날은 주가가 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는 그 해 주가가 떨어진다고도 한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개최한 스페인의 주가가 92년에 10%떨어졌고, 몬트리얼올림픽이 열린 캐나다도 76년 토론토 공업지수가 6% 하락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88년 주가가 연초 532.04포인트에서 907.20포인트로 70.51%나 뛰었으니 이 역시 말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작품인 듯하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선거이후 중간선거까지 2년간의 집권전반기 동안은 주가가 바닥을 긴다는 징크스가 있다. 실제로 64∼90년까지 집권전반기의 평균 주식투자 수익률은 4.7%에 그친 반면 후반기는 45.9%나 된다는 분석도 나온적이 있다. 「이전 집권당이 재집권을 위해 후반기에 무리한 부양책을 쓴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어보면 터무니없는 징크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는 말을 국민들이 입에 달고 다닐수 밖에 없는 나라답게 우리나라 증시에는 정치와 관련된 징크스가 특히 많다.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에 관한 징크스. 대통령이 외국방문에 나서거나 기자회견을 하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집권당이 무리한 국내 정치일정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통령 기자회견도 국민들의 실망이나 정국경색을 불러온 적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라는 한 펀드매니저의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7∼10일동안 주가는 징크스를 뒤엎고 313.49포인트에서 338.43포인트로 뛰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후진적 정치가 만들어낸 징크스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징크스를 믿고 투자했다간 「이상하게 주식투자만 하면 망한다」는 징크스아닌 징크스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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