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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葬외엔 다른길이 없다/정경균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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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葬외엔 다른길이 없다/정경균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특별기고)

입력
1998.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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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무덤 화장 화장장 납골당 등의 어휘는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듣기 싫은 이야기다. 그러나 이것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숙명적 과정이고 우리앞에 놓여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까지 이 문제를 너무 등한히 여겨왔다. 그 결과 우리의 현실은 매우 당혹스러운 처지에 놓여있다.남한의 강토는 9만8,000㎢. 이중 가용면적은 겨우 23%로 가용면적당 인구밀도는 세계 제1위인데 현재 무덤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은 980㎢에 달한다. 전국토를 기준으로 할 때는 1%이지만 가용면적당으로는 이미 4.3%를 점하고 있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매년 27만명, 서울시민중 4만명이 사망하기 때문에 매일 전국에서 740명, 서울에서 110명의 묘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를 두고 흔히들 매년 여의도의 1.2배만한 땅이 묘지로 바뀐다고 표현하고 있다.

우선 서울의 경우만을 생각해보자. 서울의 인구가 1,000만명을 초과했고, 이중 매일 110명이 사망하기 때문에 서울시로서는, 솔직히 말해 손을 들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경기 파주시 용미리에 납골당을 만들었으나 약 2만5,000위가 만장돼있고, 고양시에 만든 서울시립봉안당도 6,000위를 만장했다. 용미리에 3만위를 봉안할 수 있는 납골당을 만들었으나 그것도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 요컨대, 서울시로서 매장할 땅은 이제 단 한평도 없고, 납골당을 힘들여 마련했으나 그것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다행히도 서울시민 중 화장을 택하는 비율이 매년 매월 증가하고 있어서 묘지수요는 크게 줄고있다. 서울시의 경우 하루 평균 화장건수는 95년 34건, 96년 36건, 97년 38건으로 조금씩 늘다가 올들어 7월까지는 42건(전체사망의 38%)이던 것이 8월 이후 매일 평균 46건(전체 사망의 41%)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번 수해로 3,000여기의 분묘가 유실된 후 서울시민의 화장에 대한 선호도가 호전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여론조사 결과 94년도 조사에서도 이미 51%가 화장을 찬성하였는 바 지금은 그 찬성률이 더 올라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화장문화가 왜 정착되지 않는가이다. 우리의 화장문화는 조선조의 개국과 더불어 유교에 바탕을 둔 화장금지법이 발동되고 모든 주검은 매장토록 법제화한 데서 비롯됐다. 장장 600여년 굳어버린 전통이기 때문에 쉽게 고쳐질 일이 아니다.

특히 지금까지는 화장의 필요성을 말로만 강조하고 실제로 화장을 할만한 시설이나 서비스는 전무했던게 사실이다. 이와함께 화장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국민의식 개혁운동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근 발족한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는 국민들이 편리하게, 거부감없이 화장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종합화장서비스센터 건립을 서울시와 공동 추진중이다. 화장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시설이나 서비스 개선, 의식개혁 운동이 선행돼야 한다.<한국장묘문화개혁 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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