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작 5곳 30명만 돌봐/재가출 등 ‘방황 악순환’ 계속3년전 초등 6년생이었던 김영운(가명·15·중3)양은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에게 매일 맞다가 집을 나왔다. 거리를 떠돌던 그는 경찰에 의해 집으로 돌아왔지만 어머니 남동생도 가출한 뒤라 머물 수가 없었다.
그가 가게 된 곳은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청소년 쉼터」. 3∼6개월의 보호기간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갈 곳이 없었던 그는 거기서 중학교에 입학했고 상담원들과 비슷한 처지의 청소년들을 통해 가족같은 사랑도 맛보게 됐다.
경찰청통계에 따르면 97년 한햇동안 가출청소년은 4만3,739명. 96년 서울YMCA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14.3%가 가출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가출경험 청소년수는 공식통계를 훨씬 넘는 6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55.3%가 4일 이내에 자발적으로 귀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가정문제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천시 청소년종합상담실 구승신상담원은 『부모에게 성적 신체적 학대를 당하다 가출한 경우는 집으로 돌아가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빈곤 이혼과 재혼으로 인한 부적응등으로 가출자녀를 아예 보호시설에 맡기려는 경우도 늘어난다』고 전한다.
돌아갈 집이 없는 가출청소년들은 경찰이나 상담원들의 「일단 귀가조치」에 따르더라도 재가출하며 절도 윤락행위 마약거래등 범죄활동에 빠지기 쉽다. 구씨는 『가정에서 받은 학대로 가출청소년들은 자아존중감이 낮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경우가 많다. 이런 성향이 충동적이며 자포자기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이때문에 시급한 것이 이들을 위한 장기보호시설. 청소년 쉼터는 서울에 9군데,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등에 1군데씩 모두 14군데가 있지만 대부분 10명정도씩 2주 정도만 머물 수 있는 단기보호시설이다. 3∼6개월 정도씩 머물수 있는 장기보호시설은 전국에 5군데가 있지만 그룹홈형태여서 모두 30명 정도를 돌볼 수 있는 것이 고작이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의 이민희 연구원은 『정부에서는 예산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단기 쉼터를 우선시하지만 청소년의 가출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보호시설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씨는 또 『장기보호시설에는 주거제공과 함께 가족을 대상으로 한 상담치료, 직업훈련등 종합적인 적응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단기보호시설 역시 빠듯한 예산으로 어려움이 많다. 92년 국내 처음으로 「청소년쉼터」를 만든 서울YMCA는 2년마다 전세를 옮겨다녀야 할 정도. 청소년사업부 이승정 부장은 『가출이 청소년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계기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크게 성장하는 기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 청소년 쉼터활동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YMCA는 쉼터건립 기금마련을 위한 콘서트를 28일 오후 7시30분 연세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기로 했다.<김동선 기자>김동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