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규정에 운 ‘국적초월 사랑’

◎中 여성과 혼인직원 끝내 면직 구제안돼『사랑을 택할 것인가, 조국을 택할 것인가』

어릴 때부터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는 꿈을 키워온 김모(32)씨는 90년 국가안전기획부에 들어갔다. 김씨는 국제정보 전문가가 되기위해 93년부터 연세대 어학원에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때 만난 중국여성 여모(32)씨와 사랑에 빠졌다. 김씨는 여씨의 부모가 교수부부여서 결혼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안기부 내규상 외국여성과는 결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고민에 빠졌다.

김씨는 사랑을 포기할 수 없었고 나이때문에 무작정 결혼을 미룰 수도 없어 96년 혼인신고를 했다. 당장 신원조회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직장 상사들도 두 사람의 국적을 초월한 사랑에 감동했다.

안기부는 김씨에게 불명예 징계를 받는 것 보다 자진사퇴할 것을 권유했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7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도 줬다. 4개월의 대기발령으로 시험준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임대아파트도 계속 사용토록 한 것.

그러나 김씨는 시험에 실패했고 IMF한파까지 겹쳐 새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아내 여씨가 안기부장에게 탄원서까지 제출했지만 구제할 길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박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