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인하 왜 했나/경제위기 ‘美 상륙’ 차단 목적/1차 인하 효과 미미 판단/침체국면 경기에 ‘주사’15일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는 예상된 조치라는 점에서 「환영」, 전격적이라는 점에서는 「걱정」을 시장에 동시에 안겼다. 우선 「환영」은 하향곡선을 그리는 미 경제의 성장 기조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FRB가 이례적으로 긴급 시장공개회의(FOMC)까지 열어 인하를 결정해야 할 정도로 미 경제가 악화했냐는 「걱정」도 일고 있다. 모건 스탠리사의 자문가인 빌 설리번은 『FRB가 붕괴 조짐을 감지했음이 틀림없다』고 단언했다. 건실한 경제기조 덕에 세계 금융위기 앞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웠던 미국마저 「경기 침체의 문턱」에 다다랐다는 설명이다.
월가의 분석가들은 경기 둔화세와 중남미까지 확대된 경제 위기, 헤지 펀드들의 투자실패로 인한 금융권의 혼란 우려 등을 금리인하의 배경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최근 신용경색 조짐이 두드러지며 다음달 17일 예정된 FOMC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전격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 경제의 각종 지표는 하향 일색이다. 지난달 29일 부양책 일환으로 1차 단행된 금리인하의 효과는 전무한 형편이다. 아시아 경제 위기 여파로 미 기업의 부진이 늘고 있는 가운데 9월중 생산자 물가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보여 기업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전달에 비해 0.1%포인트 오른 4.6%에 그쳤지만 새로 창출된 직업수가 그동안의 월평균인 27만4,000개에 4분의 1도 안되는 6만 9,000개에 불과했다. 여기에 9월중 소매 매출 증가율이 기대에 절반인 0.3%에 그치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우기 카르도수 대통령의 재선에도 불구, 경제난이 심화하는 브라질의 헤알화 평가절하 가능성과 헤지 펀드들의 도산으로 우려되는 금융혼란에 대비, 「완충제」로서 금리 인하 조치가 절실해졌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전격 인하와 더불어 미 경제에 대한 신뢰감도 떨어져 향후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 지 크게 주목되고 있다.<뉴욕=윤석민 특파원>뉴욕=윤석민>
◎美 금리 추가인하 국내 영향/외평채금리 한자릿수 ‘눈앞’/외채이자 앉아서 7억弗 절감/기업금융비용 크게 줄고 경기부양 기대 주가400 초읽기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조치로 국제적 저금리 저유가 달러약세, 국내적 저금리 저임금 저지가등 「쌍둥이 3저」기류가 더욱 가시화, 국내경기부양과 금융시장안정도 한층 힘을 받게 됐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지난달 29일 미국의 1차 금리인하보다 이번 2차 금리인하조치의 효과가 훨씬 크다. 비록 엔고가 일본의 경제적 「펀더멘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는 하나 보름여만에 전격단행된 미국의 추가금리인하는 저금리와 달러약세(엔고)에 대한 정책적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엔고를 축으로 한 신3저기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같은 우호적 대외환경을 반영, 당장 외평채가격이 빠르게 회복돼 한자릿수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8월말 10%포인트가 넘었던 외평채(10년물) 가산금리는 14일 6.48%포인트에서 미국금리인하가 발표된 15일엔 6.26%포인트로 속락했다. 미국의 금리인하는 외평채 기준금리가 되는 미국국채금리를 동반 하락시켜 14일 4.61%에서 15일 4.41%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외평채금리(미국국채금리+가산금리)는 10%대(연 10.67%)로 다시 내려왔다.
이는 한국의 외채이자부담이 그만큼 경감됨을 뜻한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두차례 금리인하로 외채이자가 7억6,000만달러 가량 줄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청신호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증시의 활황에 힘임어 주가는 400선을 향해 달리고 있으며 15일 한자릿수로 진입한 회사채유통수익률은 연 9% 초반까지 내려갔다.
가장 희망적인 곳은 수출이다. 미국금리하락으로 엔화환율의 반등가능성이 그만큼 희석된 만큼, 또 세계경기부양으로 수출수요가 확대된 만큼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수출도 재기의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한은관계자는 『미국 금리인하는 엔화강세와 국제금리안정을 촉발시켜 한국경제에 수출확대, 외채부담경감, 금융시장안정등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며 기업들의 매출확대와 금융비용을 줄여 채산성을 크게 회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향후 전망/추가인하 뒤따를듯/내년중반까지 0.5∼1.5%P유럽도 인하 압력받아/신흥시장 자금난 덜듯
『이제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 직전으로 돌아갔다』 월가의 투자자문사인 오버리 랜스턴사의 수석 연구원인 데비드 존스는 FRB의 금리인하 결정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경색되던 금융여건이 8월 러시아 금융위기 발생 전의 상태로 개선됐다는 표현이다.
그의 말을 뒤집으면 지난해 7월부터 심화해 온 아시아 위기의 파괴력은 여전히 잔존한다는 것으로 추가적인 인하가 기대된다는 의미이다. 월가 분석가들은 이번 0.25%포인트 인하의 효력이 지난달 29일 인하시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지속되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FRB측이 시장에의 충격과 외부적 여건을 재가면서 0.25%씩 수차례 인하조치를 계속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중반까지 앞으로 0.5%∼1.5%포인트 더 내릴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경우 미 기준금리는 3.5∼4.5% 사이가 된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국내 경기부양 뿐 아니라 외부적으로 선진국의 동반 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 등 두가지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우선 미국이 16일만에 또다시 금리를 내림으로써 유럽 등 선진국에 인하 압력이 가중됐다. 미금리 인하로 달러 약세는 지속돼 엔화가 달러당 110엔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위기를 겪고 있는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의 자금난이 일부 덜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뉴욕=윤석민 특파원>뉴욕=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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