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농가빚 경감의 전제 조건(社說)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농가빚 경감의 전제 조건(社說)

입력
1998.10.16 00:00
0 0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몰고온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에 대해 금융부채 경감방안이 또 추진된다. 이번에는 농업인단체, 학계, 협동조합, 정부관계자의 공동합의로 경감방안을 농림부장관에게 건의하고 이를 토대로 당정협의등을 거쳐 정부안을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경감대책의 골자는 내년말까지 만기 도래 정책자금의 2년간 상환연기, 금리 IMF이전수준 환원(6.5%에서 5%로), 상호금융 금리 2%포인트 인하와 원금상환 2년유예등이다.농가빚 탕감이니 경감이니 하는 논의는 사실상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이런식의 농가시혜는 결국 정부 빚은 떼먹어도 되는 것이란 인식을 확산시키고, 담보와 영향력이 있어 빚을 많이 얻어쓸 수 있는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득을 보고, 가능하면 빚안지고 건실하게 농사를 지어온 선량한 농민들만 손해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상호금융은 그 재원이 농민의 예금으로 조성되는 것이고, 대출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선량한 농촌 저축자의 호주머니를 털어 정치권의 선거공약이행 부담으로 돌리면서 생색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농민의 자조정신을 훼손하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것이 진정 우리의 농민과 농업을 위하는 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환율상승과 금융경색등 IMF체제의 주름살이 농가에 더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농산물 수요는 줄어 수지는 악화하는데 영농자재값과 대출금 금리부담은 크게 늘었다. 빚 못갚는 농가가 늘고 있고, 농촌 마을공동체의 오랜 관행인 상호 연대보증의 결과로 한 농가의 도산이 마을 전체의 연쇄파산으로 이어져 농업전반의 기반이 위협받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농가부채 문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각 농가의 영농실책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겠지만 그동안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얄팍한 선심정책, 과거 정부의 무책임한 농업투자와 거듭된 농정실패가 부채질한 책임도 크다. 성급한 전시행정이 낳은 낭비적 투자와 돈 허비가 얼마나 많았던가.

농촌이 빚더미에서 벗어나 잘 살수 있게 하는 것은 막연한 동정론이나 얄팍한 정치계산이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새로운 경쟁질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냉엄한 경제논리로 단련시켜 농업과 농촌의 경쟁력 체제를 서둘러 갖추는 일이 더 중요하다. 농촌부채경감이 농민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잘못가면 우리의 농촌은 되돌이킬 수 없이 쇠락해 갈 수밖에 없다. 농촌을 돕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