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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의 특효약/박무 편집국 국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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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의 특효약/박무 편집국 국차장(메아리)

입력
1998.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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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측면에서 따져본다면 부패는 존재하지 않을 수 없는 당당한 이유가 있다. 뇌물을 주는 사람은 적은 돈으로 큰 이익을 얻고 뇌물을 받는 사람은 적은 노력으로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의 최소화라는 경제법칙에 딱 들어맞는 행동방식이 바로 뇌물이고 부패다.뇌물을 주는 것은 경쟁을 피해서, 경쟁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시장의 과실을 싼값에 취하자는 것이다. 경쟁을 하면 많은 비용과 위험이 따르지만 뇌물을 주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안전하게 과실을 독차지할 수 있다. 경쟁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경제적인 것이다. 뇌물을 받는 것은 국가공권력을 사적(私的)으로 이용해서 시장기구의 작동(경쟁)을 마비시키고 거기서 나온 독점이익을 팔아먹는 것이다. 국민경제가 향유해야 할 경쟁의 이익을 절취해서 독과점 이익으로 만들어 특정 업자에게 팔아넘기는 것이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도둑질해다가 팔아먹는 셈이지만 정당한 노력으로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

뇌물을 받으려면 국가공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할 수 있고 그 권력으로 시장의 작동을 파괴하고 경쟁을 무력화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 권력이 독재적이어야 하고 공권력을 남용할 수 있어야 뇌물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뇌물을 주는 것은 지켜야 할 독과점의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뇌물은 독과점을 지켜주는 비용이며 경쟁이 있는 곳에서는 그 비용을 지출할 이유가 없어진다.

권력이 견제 감시를 받고 아무도 국가공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할 수 없고, 또 권력이 시장의 작동을 파괴하거나 경쟁을 무력화시킬 수 없는 민주적 구조라면 부패는 존재할 근거가 약해진다. 또 독과점이 불가능한 경쟁체제하에서는 독과점 비용이 필요없게 되며 부패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된다. 부패는 독재권력과 경제적 독과점의 합작품이다. 정치적으로는 비민주(非民主), 경제적으로는 비시장(非市場)체제가 부패를 기르는 토양인 것이다.

정치 경제가 고르게 잘 발전돼 있는 선진국치고 부패한 나라가 없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덜 발달한 후진국치고 부패하지 않은 나라가 없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민주화와 시장경제의 창달이 바로 부패의 특효약이라는 것을 현실로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가 새로운 정치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는 민주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론은 부패를 없애는데서도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정과 개혁의 바람이 불었고 국민의 정부 역시 정치인 사정에 이어 이제는 중하위직으로 방향을 돌려 대대적인 사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식의 사정은 너무나 상투적이어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5공 6공 문민정부가 모두 서슬 시퍼렇게 사정의 칼을 휘둘렀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고 부패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 두번의 사정이나 일과성 캠페인으로는 부패를 없앨 수 없다.

부패를 없애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더욱 성숙 발전시켜 나가는 본원적인 처방과 함께 부패 방지를 위한 광범하고도 종합적인 제도적 장치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부패방지법의 제정, 정치자금 관련 개혁입법, 강력한 사정기구의 신설 등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들을 개발해서 꾸준하고 끈기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경제개발에 30년이 걸렸지만 부패를 없애는데도 그에 못지않은 세월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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