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총본산인 로마교황청은 지난달 28일 세계각국의 가톨릭 신학자 30명으로 구성된 신학위원회를 열고 「그리스도교회와 과거의 잘못과의 관계」에 대한 토의를 시작했다. 가톨릭 입장에서 그리스도교회의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이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는 것이다. 토의내용은 교황청 교리성이 정리할 예정인데, 이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검증 및 자기비판에 대한 바티칸의 공식견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위원회에서 토의될 내용은 기독교의 교리에 맞지 않는 사상과 학설을 탄압해 온 종교재판과 교회가 행해 온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박해에 대한 반성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기 2000년은 그리스도 탄생 2000년을 기념하는 「대희년」(大禧年)이자 가톨릭교도가 면죄를 구하는 「성년」(聖年)과 겹치는 「대성년」이다. 이같은 성스러운 해를 속죄의 기회로 삼아 바티칸이 짊어지고 있는 「괴로운 유산」을 청산하자는 것이 위원회 개최의 뜻이다.
■교황청의 이러한 노력은 내일(16일)로 즉위 20년을 맞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뜻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위후 지금까지 베드로의 후계자로 불리며 인종, 교파 및 이념을 초월해 화해의 상징으로 활동해 온 요한 바오로 2세다운 발상이라고 할 만하다. 교황은 교회의 지난 잘못에 대해 공식문서 작성과 함께 2000년 3월8일을 「용서를 구하는 날」로 지정하고 전 가톨릭신자들과 함께 특별행사를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도 두번이나 방문한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20년동안 교권수호에 관심을 기울인 역대교황과는 달리 화해와 용서를 위해 노력해 왔다. 92년 지동설을 지지한 갈릴레오의 명예를 회복시킨 것을 비롯, 유대인의 차별과 박해는 그리스도교회에 책임의 일단이 있다고 말했고, 나치스의 유대인 확살에 그리스도교회가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화해와 용서속에 새 천년을 맞으려는 교황의 노력에서 과거사 정리의 한 모범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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