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현대화사업이 또다시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군 통신감청 항공기 도입사업(백두사업)을 둘러싸고 고위군무원과 현역 공군대령등이 뇌물수수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혐의로 구속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도입하는 통신감청 장비 및 항공기의 성능도 계약서의 내용과 다른 것으로 밝혀져 이 사업을 전면 재검토키로 했다고 한다. 언제쯤이나 군현대화 사업을 둘러싼 비리와 말썽이 사라질지 한심스럽기만 하다. 이들중 일부는 뇌물을 받고 1,600억원의 예산으로 추진되는 백두사업에 대한 군사기밀을 무기상에게 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군당국은 업자들의 술수에 놀아난 셈인데도 『규격서를 작성할 당시 첨단 감청장비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해 문서를 부실하게 작성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이처럼 도입하는 무기나 장비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하고 사업 비밀이 모두 새어나가는 상황에서 군현대화사업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심스럽다.국방부는 90년 11월 대잠초계기 8대를 도입하면서 중계 수수료를 무려 2,575만달러(360억원)나 과다하게 지불,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한 바 있다. 이때도 국방부는 국제관례상 거래가격 자체가 비밀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업자들간에는 큰 비밀도 아닌 것으로 알려진 무기거래 가격을 국방부만 모르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법적 대응마저 미흡해 국제상사중재원(ICC) 반환중재신청에서 패소, 돈을 고스란히 날려버렸다.
지난 90년 미국 시콜스키사가 UH60헬기를 한국에 판매하면서 1,600만달러를 과다계상했는데도 이를 모르고 바가지 쓴 기억도 생생한데,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계자들의 처벌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국가적 사업인 군현대화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몰라서 당했다』는 말로 책임을 면하려고 한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군현대화사업을 신뢰하겠는가.
더이상 한국이 국제무기상들의 「봉」이 되지 않고 군현대화사업을 알차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기조달창구 일원화등으로 체제를 정비하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몰라서 당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스스로의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와함께 군의 무기도입 부서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전역후 무기중개상으로 변신하는 것을 일정기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의 말썽이나 비리에 이들이 관계되지 않은 일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것은 중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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