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통남자들은 평생에 몇 사람의 여자와 성적(性的)인 관계를 경험할까?50세까지의 남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봤더니 평균 6명의 여자를 경험한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94년, 시카고대학·뉴욕대학 조사)
바람둥이 남자라면 마흔 살이 되기까지 20명 이상의 여자를 경험한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이런 바람둥이가 23%나 된다. 그러나 중간수준의 남자들은 7명의 여자를 경험한다고 했다.(93년, 베텔 인간문제조사센터 조사)
한국남자들의 바람기가 어느 정도인지 조사된 게 없지만, 미국이 난봉꾼 바람둥이의 나라임엔 틀림없다. 그런데도 클린턴 대통령의 바람기가 들통나서 야단법석이다. 자기네는 냉수마시듯 섹스를 즐길망정, 대통령은 「청교도(淸敎徒)」여야 한다고 미국사람들은 믿기 때문이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명색이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청교도이기를 미국사람들은 요구한다.
여기에다 댄다면 한국은 정반대다. 국민은 법을 지켜야 하지만, 권세를 주무르는 정치인에게는 치외법권의 특권이 있다. 최근 「사정(司正)정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바로 치외법권 놀음이다. 한나라당 주장처럼 표적수사 탓인지, 과거 권세를 휘두른 집권당이었기 때문인지 그 대다수가 한나라당 사람들이다.
엄청난 비자금혐의를 받고있는 사람을 위해 왜 「피신국회」를 소집하고, 갖가지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은 왜 검찰소환에 응하지 않는지? 표적수사라 해도 「야당파괴」라는 구호보다는 수사에 응해서 검찰을 맞받아치는 게 백배 효과가 있다는 이치를 모르는 건지? 혹은 서방질한 여자처럼 할말이 없으니까 『날 죽이라』고 악을 쓰고 덤비는 건지?
더구나 국세청이 대통령선거자금을 모았다면, 또 안기부장이 북풍공작을 했다면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을텐데 「야당죽이기」라는 구호를 외칠 수 있는 건지?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의문이 산더미 같다. 게다가 「총격요청」혐의까지 떠올랐다. 그것이 고문(拷問)으로 조작됐는지를 캐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혐의내용을 캐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권영해피고의 북풍공작에 비추어 보더라도 「총격요청」의 가능성을 쉽사리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 말에도 『선비는 배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지않는다』고 했다.
만사를 「개인비리」로 돌리고 당지도부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해서 정치적 책임을 벗을 수는 없다. 법적인 책임은 벗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치적 책임은 법보다 엄하다.
스페인에서 독재자 프랑코가 죽고 민주화 바람이 불자 프랑코의 유산상속자들은 쿠데타를 시도했었다. 그러나 국왕의 반대로 실패했다. 소련에서 공산당독재가 무너졌을 때에도 공산체제 복구를 노리는 쿠데타가 시도됐었다. 하지만 역시 옐친의 정면대결로 좌절됐다. 그처럼 기득권세력은 역사의 흐름에 거역하고 「퇴장」을 거부하지만, 끝내 대세(大勢)에 저항할 수는 없다.
70년대까지 이 땅의 민주화를 막은 것은 경찰과 일선 행정관청이 동원되는 관권(官權)이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에는 안기부와 국세청이 동원되는 보다 고도화한 관권선거를 치렀다.
한나라당의 국회복귀는 늦게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실권당(失權黨)으로서 합당한 역할을 터득하지 못한다면 정치공백은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 첫걸음은 한나라당이 과거의 집권당으로서 국민앞에 참회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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