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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물좋은 러서 물먹다니…”/버뮤다 헤지펀드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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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물좋은 러서 물먹다니…”/버뮤다 헤지펀드 회의

입력
1998.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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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펀드 등 투자 참패에 낭패감/亞 위기 초래 장본인 눈총속 개최불구/반성 커녕 불운만 탓 “역시 도박사들”「15타석 무안타」 세계 최대의 헤지 펀드인 타이거 펀드를 운영하는 줄리안 로버트슨은 12일 버뮤다에서 개최된 헤지 펀드 회의에서 현재의 심경을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를 비롯한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에서 연속적으로 실패를 거둔 낭패감의 표현이다. 그는 『우리 모두는 러시아에 대한 「베팅」(betting·내기)이 올해 건 돈 중 가장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후회했다. 「위험이 큰 만큼 이익도 크다」는 헤지 펀드의 세계에서 러시아를 「가장 물 좋은 곳」으로 판단했었다는 말이다.

결과는 물론 정반대였다. 200억달러의 자본금을 가진 타이거 펀드의 경우 러시아에서만 6억달러를 간단히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타이거 펀드는 아시아 시장에 주력, 피해가 그 정도에 그쳤지만 다른 펀드들은 막대한 손실을 봤다. 이들의 부진은 1,000만달러 단위씩 펀드 자본금을 대는 「갑부」 투자가들의 금전적 손해로만 그치지 않았다. 파산위기에 몰린 대형 헤지 펀드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의 경우와 같이 세계 금융시장의 일대 혼란을 초래했다. 이에 앞서 헤지 펀드들은 아시아 금융 위기를 촉발한 장본인이라는 따가운 눈총도 받고 있다.

이날 회의는 확산되는 세계 경제 위기와 금융권의 혼란 속에 헤지 펀드의 활로를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열렸다. 회의에는 900여명의 실무자가 성황을 이뤄 헤지 펀드들의 깊은 우려감을 반영했다. 또한 현 위기에 대해 일부 책임을 진 당사자로서 어느정도 자성의 소리도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눈앞의 이익만 좇는 도박사」들에게 애초부터 무리였는지 모른다. 이들은 반성은 커녕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장의 불운만을 탓했다.

회의에서는 그동안 주식시장은 15% 손실을 봤지만 헤지 펀드는 3% 피해만 봐 그래도 투자 가치가 높다는 자랑도 나왔다. 하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모두가 비관적인 입장이었다. 뉴욕 본사에서 영상을 통해 회의에 참석한 로버트슨 회장은 『국제시장의 유동성이 현저히 악화했다』면서 『현 추세가 반전될 명백한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추진중인 헤지 펀드에 대한 규제 움직임에 대해서는 『예상되는 어느 정도의 규제는 괜찮지만 과다한 규제는 진짜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회의가 열리고 있는 이날 미언론들은 롱텀 캐피털에 이어 또다른 헤지 펀드인 「엘링턴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흔들려 금융혼란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뉴욕=윤석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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