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표류넘어 힘겨루기 양상/“책임 외면”“청와대 독주” 네탓공방/정책결정 총괄 ‘사령탑’ 절실헌정사상 최초의 실험인 국민회의와 자민련 두 여당의 「공동 정부」는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가. 이에 대한 평가는 아직 때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현단계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두 당간의 각료배분에서 비롯된 태생적 한계에서부터 이후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크고 작은 혼선에 이르기까지 심상찮은 갈등과 허점이 노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상황에서 가장 시급하게 다뤄져야 할 경제정책 운용상의 난맥상은 두 여당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다.
공동정부 출범과정에서 경제부처를 주로 자민련쪽 인사들이 맡음으로써 경제정책이 사공없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의지의 결핍은 두 여당의 힘겨루기와 맞물리면서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네탓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회의 한 정책관계자는 『자민련출신 장관들은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고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확고한 자세로 임하기 보다는 적당주의로 편승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은 자민련이 국정운영 책임에 대해선 애써 외면하면서 공동정부내의 지분이라는 권리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주장으로까지 발전한다. 이에 대해 자민련은 발끈한다. 자민련 경제통인 J의원은 『경제장관들에게 전폭적인 힘을 실어 주겠다는 것은 말뿐이지 실질적인 경제정책은 기획예산위나 경제수석을 통해 청와대가 주도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상대방에 대한 불만은 공동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양당이 모두 싸잡아 평가절하하는 자기비하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민련 김용환(金龍煥) 수석부총재는 최근 모대학 강연에서 『새정부 출범후 실업 등의 경제적 고통은 시간이 흐를수록 호전되기는 커녕 점점 더 힘들어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부총재는 내친 김에 『누가 경제팀을 총괄 지휘하는가를 분명히 하고 그에게 일정기간 동안 모든 정책에 관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은연중 청와대의 독주를 문제삼고 나섰다.
이에대해 국민회의 김근태(金槿泰) 부총재는 『정책적 결정을 총괄적으로 지휘하는 사령탑 기능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정부내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두 여당이 서로 나뉘어져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하는 말단 신경기능을 못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양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정책적 결정을 총괄하는 지휘기능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어 이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공동정부의 두 축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총리에 대한 충성경쟁도 공동정부내의 문제점을 증폭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총리실 산하의 공보실이 전반적인 국정홍보의 기능을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 총리의 정치적 입지만을 우선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자민련측은 그러나 국민회의가 위만 쳐다보는 나머지 각종 정책결정상의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공동정부의 정책결정을 지원하고 독려해야 하는 당정협의 기능이 원활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당정협의 기능이 두 여당으로 이원화해 있어 이중, 삼중의 비효율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자민련 차수명(車秀明)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가 중복되다 보니 혼선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또 양당 모두 체질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대안제시 기능이 미흡하다』며 현실을 인정했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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