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한·일 경협시대… ‘克日’에서 ‘用日’로/김대중대립적 양국관계 수정.줄건 주고 경제지원유도.IMF 돌파구로 활용/박정희반발불구 국교 수립.6억弗 자금받아 조국근대화 디딤돌 놓아「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 경제회생의 지원군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일본수출입은행(JEXIM)은 12월부터 국내 업체에 대해 총 3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한다. 재계에서는 이번 차관이 새로운 한일(韓日)경제협력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일기간중 양국 정상이 「21세기 파트너십」을 선언했을 뿐 아니라, 일본도 한국경제 회생이 아시아는 물론 자국의 경기회복에 열쇠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일 관계는 오랜만에 갈등적 대립에서 실용적 경제협력 관계로 바뀔 전망이다. 극일(克日)의 비타협적이고 자기만족적인 분위기가 용일(用日)의 실용주의적 화해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시절의 한일관계와 기본 맥락이 유사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특히 김대통령이 일본천황의 방한을 사실상 「허용」하고 일본문화개방을 추진키로 하는 등 획기적인 양보를 했기 때문에, 일본측의 추가적인 「선물」이 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박정희 스타일 일본 활용 기대
역사적으로도 일본의 지원을 받아 경제위기를 돌파한 전례는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박대통령시절의 대일청구권자금. 박 전대통령은 65년 국내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국교를 수립했고, 그 대가로 당시로는 상당한 금액인 6억달러(무상과 유상지원 각 3억달러)를 지원받아 경제개발의 디딤돌을 놓을 수 있었다. 이 자금은 포철과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에 사용돼 경제 도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를 계기로 66년부터는 한일경제각료 간담회와 정기각료회의가 개최돼 양국간 경협이 본격화했다.
82년 전두환(全斗煥) 정권때도 일본자금은 효자노릇을 했다. 5공정권은 일본으로부터 60억달러를 지원받아 경기불황을 탈출하는데 활용했다. 그러나 일본은 5공정권의 정통성 문제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문민정부 때는 한일관계가 급속히 냉각돼 경협이 사실상 중단됐고, 지난해말에는 일본 금융기관들이 한국채권을 집중적으로 회수하는 바람에 외환위기를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일본 지원 극대화하는데 총력
정부는 한일관계가 복원됨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추가적인 경제지원을 받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정부는 이미 30억달러 지원외에, 일본이 경제위기국가에 제공키로 한 300억달러(미야자와 플랜)를 유사시에는 사용할 수 있도록 일본의 내락을 받아낸 상태. 우리나라의 외채중 2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차입금 상환기한도 순조롭게 연장시켜 경제회생의 디딤돌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또 김 대통령의 일본방문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민간투자촉진협의회 개최, 무역확대 및 산업기술분야 협력 강화 등에 대해 관계부처가 후속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일본에 대해 추가적인 자금지원을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최근의 분위기로 볼때 그들이 자발적으로 자금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신속한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제회생 가능성을 높여놓아야만 일본쪽으로부터 추가적인 지원을 받기가 용이하다』고 밝혔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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