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확보 급급’ 채권단 상호이견에/13개 대상그룹중 동아만 결정/결정 지연으로 오히려 기업 목죄6∼64대 기업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살아날 만한 기업을 살려준다」는 당초 취지에도 불구, 채권단의 경험미숙과 극심한 상호이견으로 결정이 한없이 지연되는 바람에 자칫 기업을 죽이는 「워크 아웃」이 될지도 모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거평과 고합그룹이 채권단간 합의실패로 기업구조조정위원회에 회부됐고 신호그룹이 결정을 1개월후로 미룬데 이어 진도 우방 갑을등도 줄줄이 채권행사유예기간이 한달씩 연장됐다. 이에 따라 워크아웃이 시작된지 석달이 넘도록 13개 대상그룹중 최종지원방안이 결정된 곳은 동아그룹 단 한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채권자 이기주의
담보를 가진 쪽(주로 은행)과 그렇지 않은 쪽(주로 제2금융권)의 갈등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넉넉한 담보를 확보해 기업을 파산시켜도 느긋한 쪽은 가급적 손실을 부담하지 않으려 하는 반면 담보가 없는 쪽은 일방적 손실부담에 반발하고 있다. 신호그룹의 경우 주채권은행이 3,900억원의 채권에 대해 2002년말까지 1% 이자만 받고 담보채권과 무담보채권비율을 1대1.5로 한다는 안을 만들었지만 채권 은행들이 담보채권비율이 너무 높다며 반발, 결정이 미뤄졌다. 고합그룹의 경우 보통주 전환사채(CB)발행등을 통해 5,000억원의 무담보채권을 출자로 바꾼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제2금융권쪽에서 규모가 너무 크다며 반대하는 바람에 기업구조조정위원회로 넘어갔다. 한 채권은행간부는 『기업과 채권단이 서로 손실을 일정부분씩 부담해서 기업을 살리자는 것이 워크아웃 기본취지』라며 『그러나 모두들 손실회피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크아웃에 대한 인식부족
워크아웃과 법정관리가 다른 점은 채권단이 자체합의를 통해 기업을 살린다는 것. 10∼15년씩 걸리는 법정관리보다 채권행사유예기간이 짧은 만큼 채권단으로선 보다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각 채권금융기관이 기업회생 보다는 채권확보에만 골몰하다보니 워크아웃의 기본틀 자체가 깨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워크아웃대상기업 임원은 『이럴 바에야 차라리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편이 나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면 그나마 지원이라도 제대로 될 텐데 지금은 살지도, 죽지도 않은 어정쩡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로가면 공멸
채권행사유예기간이 연장되고 기업구조조정위원회로 넘어간다해도 지금같은 채권단 태도라면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 내린 결정에 대해 특정채권기관이 따르지 않는다해도 현실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워크아웃의 합의도출에 실패해 만약 기업이 쓰러진다면 채권단은 어차피 막대한 손해를 입을수 밖에 없다』며 『회생가능한 기업을 엄선해 워크아웃대상에 편입하되 일단 대상기업에 대해선 과감하고도 신속한 지원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성철·김범수 기자>이성철·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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