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시대 政産,勞使/갈등·대립 아닌 동반모색/새로운 정치질서 형성 필요토니블레어 영국총리가 주창한 21세기의 개혁이념 「제3의 길」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앤서니 기든스(60·사진) 런던정치경제대(LSE)학장이 12일 오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근대성과 세계화(Modernity and Globalization)」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초청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다음은 강연내용 요약.
○세계화에 대한 기존 학계의 견해
세계화에 대해서 크게 두 가지 상반된 견해가 있다. 우선 세계화 경향을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적극적 낙관론자들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자유무역경제로 대변되는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인류에 공전의 풍요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의 오마에, 미국의 다니엘 벨 등 학자들은 지구가 점점 성숙된 세계화를 지향함에 따라 물리적 국경이 와해되고 민족국가의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그 근거로 싱가포르, 상하이, 홍콩 등은 이미 「세계도시(Global City)」화했으며, 향후 20∼30년 안에 이같은 도시는 1,000개 이상 양산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이에따라 주민들의 민족·국가 의식도 크게 약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세계화에 대해 회의론적 입장을 취하는 학자들도 있다. 미국의 헐스트, 탐슨 등은 기술이 발전하는 등 세상이 많이 바뀌었지만 이는 산업사회의 연장을 의미하지 사회가 혁명적으로 변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지금 논의되고 있는 세계화는 서구사회에선 이미 19세기말부터 있어온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때문에 이들은 복지정책 등을 수행하는 국가의 기능이 여전히 유효하고 경제적으로도 케인즈의 이론이 설득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입장에 대한 반론
앞에서 언급한 세계화에 대한 의견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낙관론자들은 세계화라는 명제를 지나치게 경제 일변도로 생각하고 있다. 세계화는 경제적 측면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사회 문화 질서의 재개편」을 의미한다. 세계화의 원동력은 통신혁명이다. 과거와 판이하게 다른 통신시스템이 도입돼 여기에 맞춰 인간의 의식은 물론이고 사회적 제관계에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또 회의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상당히 진전된 세계화를 향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세계화의 1세대에 살고 있으며 세계화는 앞으로 점점 진행될 전망이다.
세계화는 무엇보다 변증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장소 시간의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일방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세계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세계화는 외부의 객관적 조건 만의 변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내부적 변화임을 인식해야 한다. 개인들은 바뀐 세상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자기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 기존의 가족생활에 대한 반성도 해야 한다. 우리의 생활이 「재창조」돼야 하는 것이다.
또 지역·국가·초국가 차원에서도 새로운 적응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세계화 시대에는 새로운 정치질서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주창한 「제3의 길」이다. 극도의 자본주의인 「제1의 길」, 국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사회주의를 말하는 「제2의 길」과 달리 「제3의 길」은 이들 두 가지를 발전적으로 흡수한 것이다.
「제3의 길」의 핵심은 갈등과 대립으로 이어져온 정부산업, 자본가노동자 사이의 관계를 승화시켜 모두가 동반자로서 움직이는 정치를 펼치자는 것이다. 특히 집권층과 관료를 제외한 시민집단으로 이뤄진 「제3의 분야」와 동반자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이들과의 공조는 사회적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매우 긴요함은 물론, 국가적 번영을 결정하는 핵심사항이다.
민족국가의 기능이 크게 약화할 수 밖에 없는 세계화 시대이지만 여전히 교육, 실업, 환경 등과 같은 사회복지 기능은 국가가 담당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또 초국가적 정치행정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가 됐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국가들의 주권을 양도받아 은행, 화폐, 재판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도 예외일 수 없다.<이동준 기자>이동준>
□약력
▲38년생
▲59년 영국 헐대 사회학 학사
▲61년 런던정치경제대 사회학 석사
▲76년 케임브리지대 사회학 박사
▲61∼70년 레스터대 사회학 강사
▲70∼97년 케임브리지대 강사·교수
◎앤서니 기든스는 누구/유럽 최고의 지성… 블레어 정책 기초 제공
독일의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와 함께 유럽 최고의 지성으로 꼽힌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제시한 「제3의 길」은 94년 기든스교수의 저서 「좌우를 넘어서」에 이론적 기초를 두고 있다. 중심내용은 갈등과 대립관계로 점철된 정부와 시장경제 두 주체간 동반자적 관계를 모색하자는 것. 저서로는 「제3의 길:사회민주주의의 복원」「자본주의와 현대사회이론」「국민국가와 폭력」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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