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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문화개방 너무 서둔다(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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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문화개방 너무 서둔다(社說)

입력
1998.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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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다. 홍순영 외교통상부 장관은 『수입개방을 단계적으로 하되 점진적이기 보다는 빠른 속도로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고, 문화관광부는 이번 주 안에 개방일정 등을 공개할 방침이다. 우리는 「단계별 예고제 개방」은 바람직하지만, 개방속도는 좀더 신중히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일본의 문학과 출판, 미술, 클래식음악 등 순수문화는 이미 개방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수입이 금지돼 있는 영화와 음반, 연예물 등 대중문화는 순수문화와는 달리 국민정서와 관련분야에 직접적이고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현정부가 들어선지 8개월 가까운 기간에 대비하자는 말만 무성했지 구체적 대비책을 세우는데는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문화관광부 자문기관인 한일문화교류정책 자문위원회는 이 문제와 관련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일본 문화인까지 참여한 이 심포지엄에서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불러올 국가민족적 정체성문제와 외설, 폭력 등 저질적이고 부정적 요소가 폭넓게 논의되었다. 또한 개방이 가져올 국가경제적 영향도 고려, 개방이 일본의 일방적 이익이 되지 않도록 수입의 상호주의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종래의 국민 여론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이 자리에서도 개방의 충격완화를 위한 제도와 좀더 깊은 일본문화 연구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지배적이었다. 정해진 원칙대로 개방을 추진하되 절차와 시기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조정해가야 할 것이다. 문화부와 외교부는 대중문화 개방이 가져올 영향과 파장을 신중하게 파악해야 하며, 지나치게 서둘러 졸속으로 흐르게 해서는 안된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본영화가 맹위를 떨쳤던 사실에서 일본대중문화 개방이 가져올 충격을 짐작케 한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최근 『일본은 한국영화 시장에 50년간 팔 수 있는 분량을 갖고 있다』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또 교포작가 유미리의 소설을 박철수 감독이 영화로 만들고 있는 「가족시네마」가 벌써 다음달 국내개봉을 목표로 마무리 중이란 점 등도 개방 대비가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가를 말해준다.

문화부는 이번 주의 개방일정 발표에서 일본문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와 대책기구 구성, 문화산업적 보호정책 등을 세밀하게 포함시켜 문화계의 우려를 씻어주어야 한다. 문화계로서도 상업적 이윤과 관련된 경쟁적 수입을 자제하고 일본 대중문화에 대해 탄탄한 대항력을 갖춰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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