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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성’/박은주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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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성’/박은주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입력
1998.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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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성」 때문에 아우성이다. 「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을 위하여」의 줄임말인 「아우성」은 조산사로 활동하면서 3,000명의 아기를 받았고, 400여회의 강의로 인기를 끌고 있는 성교육전문가 구성애(具聖愛)씨의 강연주제이다. 7월에 MBC TV 「10시 임성훈입니다」에서 처음 방송으로 소개된 그는 강연 직후 인기가 폭발, 방송사에서는 연일 특별편성을 하고 있다.그의 주장은 간단하다. 성은 섹스만이 아니고, 아름다운 생명을 낳는 숭고한 행위라는 것이다. 섹스는 단순한 「성애(性愛)」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처럼 「성애(聖愛)」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요즘 여중고생들이 「낙태계」를 들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구씨 강연을 통해 알려졌다. 여러 경로를 통해 드러나는 요즘 청소년들의 성실태는 충격 자체이다. 그런데 곰곰 따져 보면 그런 실태는 어른들에게서 배운 것이다.

회사의 어떤 남자동료들은 지난 해 아이를 낳고 출근하자 「어이, 아줌마」라고 농담을 했다. 친근함의 표현이다. 그런데 그 「아줌마」라는 호칭의 뒷맛이 개운찮다. 「어이, 중고품」쯤으로 들리는 것이다. 왜 그들은 중고품을 우습게 아는가, 또 그 소리에 기분이 상하는 것은 왜인가. 그들과 나 자신이 모성에 대한 존경심이 결여됐었다는 사실을 구씨의 강의를 시청하면서 뒤늦게 깨달았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생명을 낳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출산이 얼마나 오묘하고 절묘한 메커니즘으로 이뤄지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다. 기자인 남편은 아이를 낳기 직전 출근했고, 돌아와서 얼굴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프냐』. 남편 역시 모성이라는 것을 무엇인지 몰랐던 것이다.

한국의 아버지들은 아이를 끔찍히 사랑할 줄은 알아도 그들과 진정 대화할 줄은 모른다. 특히 그것이 「성문제」가 되어버리면 마른 기침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진짜 구씨의 강연이 필요한 사람들은 아이와 엄마들이 아니라 남편들이다. 남자들은 더 시시콜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생명을 만드는 성에 대한 참 인식이 생길 수 있다. 「아남성(아름다운 남편의 성)」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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