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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는 시대상황·의식구조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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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는 시대상황·의식구조 반영

입력
1998.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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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청춘차압장(입대영장) 오촌오빠(애인)/60년대­무허가건축(못생긴 얼굴) 미장원(맥주집)/70년대­자유방임(못생긴 얼굴) 궤도수정(애인교체)/80년대­닭장(고고클럽) 선녀(선천성 여우) 삐리(학생)은어와 속어는 시대상황 및 주위환경에 따라 변화해왔다. 50년대부터 10대 및 대학생의 은어를 수집·연구해온 경희대 서정범교수(국문학)는 『젊은이들의 은어는 당시의 생활상이나 의식구조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6·25전쟁을 직접 체험한 50년대에는 군입대를 고생길로 여겨 군징집영장을 「청춘 차압장」이라 불렀고 다방출입이 잦은 학생은 물(차)을 자주 마신다는 의미로 「금붕어」라 호칭했다. 「오촌오빠」는 애인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고 자기 애인을 친구에게 보여주는 것은 「시사회」라 불렀다.

60년대 들어서는 못생긴 얼굴을 「무허가 건축」, 막걸리에 사이다를 섞은 칵테일을 「막사이사이」, 소주에 콜라를 타서 마시는 경우 「소크라테스」라 불렀다. 시중에 보급되기 시작한 형광등과 스위치를 넣은뒤 한참후 켜지는 텔레비전을 눈치가 무딘 사람에게 빗대 사용했고 애인을 두고 다른 이성을 사귀는 경우 「지점을 낸다」, 맥주를 마시면 얼굴이 붉어진다는 뜻에서 맥주집을 「미장원」이라고 불렀다.

70년대 들어서는 정치현실을 빗댄 은어들이 유행했다. 「중앙 집권제(얼굴이 오목한 사람)」, 「지방자치제(얼굴이 넓적한 사람)」, 「삼권분립」(몸의 균형이 맞지 않는 사람)」, 「자유방임주의(못생긴 사람)」 등이다. 이성교제와 관련된 은어로는 「궤도수정(애인을 바꾸는 것)」, 「레퍼토리는 많은데 히트송이 없다(교제하는 사람은 많은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 등이 유행했다. 동요 「따오기」의 가사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을 응용, 미니스커트 입은 젊은 여자를 「따오기」라 부르기도 했다.

80년대에는 물질만능 풍조와 교육정책을 꼬집는 은어들이 생겨났다. 시험답안지는 「허위자백서」, 여러명의 이성을 사귀는 경우 「문어발 기업」, 임시애인은 「핀치히터」라 풍자했다. 이성간의 미팅이 활발해지면서 고고미팅은 「고팅」, 야외미팅은 「야팅」, 갑자기 하는 미팅은 「졸팅」, 버스안에서 하는 미팅은 「토큰팅」이라 했다.

이밖에 남학생들 사이에는 「꼰대(아버지, 선생님)」「호박(머리)」「삐리(학생)」「돌림방(윤간)」「다구(흉기)」「원터치(주먹다짐)」「곰(형사)」 등이 유행했다. 여학생들은 「거인(거만한 인간)」「재봉틀(여자앞에서 말 못하는 남자)」「호구(바보)」「소아마비(스타킹이 흘러내린 여자)」「선녀(선천성 여우)」 등을 즐겨 사용했다. 이밖에도 「담돌이·담순이(남·녀 담임선생님)」「깔치(여자애인)」「닭장(고고클럽)」「ET(영어선생님)」「엉뚱해(엉덩이가 뚱뚱해)」 「쪼가리(키스)」등이 유행했다.<남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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