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흔히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말도 일반 사람들에게나 통할 뿐 한 국가를 책임진 국가원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미 개인 차원을 떠나 국가, 혹은 세계적인 문제가 된다.냉전시절에는 국가원수의 건강이 「특급비밀」이었다. 73년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미불(美佛)정상회담에서 미 CIA 요원이 퐁피두프랑스 대통령의 배설물을 채취, 분석한 뒤 「오래 살지못할 것」이란 보고서를 낸 일화는 유명하다. 퐁피두는 이듬해 사망했고 그후 정상의 배설물까지 깨끗이 처리하는 관행이 정착됐다.
각국 지도자들의 건강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76년 프랑스에서 나온 「우리를 통치하는 환자들」이 처음이다. 케네디과 닉슨, 브레즈네프, 스탈린, 마오쩌둥(毛澤東), 퐁피두, 처칠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이 책표지를 장식했다. 이 책은 88년과 96년 두차례 개정판을 냈는데 시대변화에 따라 표지인물도 바꿨다. 개정판에는 미테랑과 옐친이 크게, 덩샤오핑(鄧小平)과 레이건, 요한 바오로 2세, 후세인(이라크대통령)등의 얼굴이 조그맣게 실렸다.
표지 인물외에도 하벨 체코대통령이 최근 대장 절제수술을 받았고 파드 사우디 국왕도 수술대에 올랐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행동에 문제가 있는 지도자도 있다.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으로 탄핵심판대에 오른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다. 전문가들은 그를 정신질환의 일종인 성중독증(Sexual Addict) 환자로 보고 알콜중독의 의부(義父)에 말썽꾸러기 이복동생, 도박에 빠진 어머니등 불우한 환경에서 원인을 찾는다.
지난달 27일 독일총선에서 「영원한 독일전차」헬무트 콜 총리를 침몰시킨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21세기 독일의 희망」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의 성장과정은 클린턴과 흡사하다. 유복자로 태어나 편모슬하에서 자수성가했으며 니더작센주 주지사를 지냈다. 그가 클린턴과는 달리 어떻게 「건강한 21세기」를 열어가는 지 지켜보자. 오래전에 「건강한 웃음」을 잃어버린 우리사회에도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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