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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녀에 솔직히 말하세요/쉬쉬하면 더 불안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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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자녀에 솔직히 말하세요/쉬쉬하면 더 불안느껴

입력
1998.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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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삭감 등 상황 설명을/공부하거나 기술배우는 등 극복하는 모습 보여줘야초등학교 4학년인 김영완(가명·10·서울 성북구 안암동)군은 최근 「아버지가 하는 일」을 조사해 오라는 숙제 때문에 무척 난감했다. 아버지가 실직한 사실을 밝히자니 창피하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는 결국 숙제를 하지 않았고 학교에서 아버지 직업에 대한 얘기가 나올까 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올들어 실직한 사람은 모두 157만명(8월말 현재·노동부 집계). 실직은 당사자인 어른만 괴로운 것이 아니다. 구조조정이나 실업의 개념도 모르는 자녀에게도 아버지가 갑자기 집에 있고 돈에 쪼들리는 생활은 고통스럽다.

초등 4∼6년 실직자 자녀를 대상으로 「스트레스증가에 따른 일탈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02­661­0670)의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부모의 실직 이후 「이유없이 신경질이 난다」「집을 나가고 싶다」같은 분노와 스트레스, 자신감 상실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직으로 인한 충격은 부모의 태도에 따라 가중되기도 한다. 부모란 자녀를 지켜주어야 하는 존재인데 도리어 좌절감에 빠져 화를 내면 자녀는 더욱 상처를 받는다. 나이가 어릴수록 부모의 태도를 잘못 해석, 「나를 미워한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샘소아청소년클리닉 김은혜 원장은 『실직은 오히려 자녀에게 인생의 고비에서 의연히 대처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김원장은 『부모가 우울감 분노를 극복하고 새로운 직업을 찾는 과정 자체가 자녀에게는 산 교육이 된다. 공부를 하거나 기술을 배우는등 노력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라』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실직을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 쉬쉬한다고 자녀가 집안의 불안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원인을 모르는 불안은 더 큰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학원을 끊는다거나 용돈을 줄여야 하는 상황도 구체적으로 일러준다.

강남아동상담센터(02­523­2662) 김순혜 소장은 『실직은 부모의 무능이나 잘못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 자녀의 자신감을 지켜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신문의 경제기사를 함께 읽으면서 「왜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게 되는지」 공부하는 것도 방법이다.

실직으로 아버지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도 자녀가 겪어야 하는 혼란 중의 하나다. 평소 얼굴 보기가 힘들었지만 가족을 부양한다는 점에서 아버지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렇던 아버지가 갑자기 집안에 머물며 이런저런 심부름으로 아내와 자녀들을 귀찮게 하면 반감이 생겨난다.

김소장은 『아버지는 적극적으로 가사일을 맡고 어머니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세를 가지면 자녀도 남녀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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