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40여일간의 격렬한 대여(對與) 장외투쟁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 이에 관한 최종 대차대조표는 여와 야는 물론 한나라당에서도 주류냐, 비주류냐에 따라 상당한 편차가 있지만 그의 득과 실에 대한 진단은 대체로 일치한다. 먼저 이총재는 「세풍(稅風)」과 「총풍(銃風)」사건 등 잇딴 악재속에 이미지에 적지않은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이다.이들 사건은 아직 규명되지 않은 그의 직접 개입여부와 관계없이 한나라당의 도덕적 기반에 심대한 타격을 가했고, 이것이 이총재의 피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도덕성과 참신성 등 긍정적 이미지를 최대의 정치자산으로 삼아온 그에게는 뼈아픈 손실일 수 있다. 이 연장선상에서 영남권을 집중 공략하며 지역정서에 기댄 투쟁전략도 『그 역시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총재는 지역구도와 대여 견제심리에 힘입어 명실상부한 반(反)DJ진영의 구심점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다. 그의 강경·선명노선이 「조순(趙淳)체제」에서는 뿔뿔이 흩어져 있던 야권 세력을 다시 결집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이총재와 여권의 공방 격화는 「DJ의 맞수는 역시 이회창」이라는 인식의 확산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당내적으로는 강경드라이브를 통해 비주류의 「총재 흔들기」 등 분란가능성을 일단 잠재울 수 있었다.
장외 투쟁과는 달리 복잡다기한 상황이 전개될 국회로 무대를 옮긴 이총재는 비로소 「진짜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셈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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