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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삐삐는 ‘은어 제조기’/교실·일상생활 심각한‘언어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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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삐삐는 ‘은어 제조기’/교실·일상생활 심각한‘언어파괴’

입력
1998.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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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철·어솨요·1010235 등 표준어 축약·숫자·기호 뒤섞어/편지·작문에도 사용… 묘한 유대감 형성하며 급확산10대들은 컴퓨터(PC)통신과 호출기, 휴대폰을 통해 특유의 속어와 은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들 사이의 유대감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 언어들은 교실과 가정, 일상생활로까지 번지면서 심각한 언어파괴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PC통신 대화방 등에서 사용되는 은어와 속어들은 표준어를 최대한 축약시킨 형태이다. 「방가요」(반가워요) 「울압빠」(우리아빠) 「쟈철」(지하철) 「어솨요」(어서 와요) 「글쿠낭」(그렇구나) 「일케」(이렇게) 「설」(서울)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축약된 언어는 원래 통신 요금을 절약하자는 경제적인 이유에서 번지기 시작했지지만 어법과 문법에 맞지 않는 변조어들이 크게 증가한 것은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PC통신 게시판이나 대화방에 들어가면 「시로」(싫어) 「너머따」(넘었다) 「마니」(많이) 「여페서」(옆에서) 등 발음되는 대로 쓰여진 언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밖에 「굼굼해」(궁금해) 「증말」(정말) 「진짤루」(정말로) 등 변조된 언어와 「당근이지」(당연하지) 「쨩이야」(최고야) 「한 댄스하지」(춤 잘추지) 등 은어들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규칙을 무시한 언어들은 청소년들 사이에 묘한 유대감을 불러 일으키며 급속하게 일상생활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D여고 1학년 김모(15)양은 『학교친구들과 대화할때 PC통신에서 사용하는 말들을 쓰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라며 『일기나 편지, 심지어는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실시하는 작문에도 어법에 맞지 않는 언어를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여학생들의 친구들끼리 서로 주고받기 위해 편지형식으로 쓰는 「교환일기」가 유행하면서 여기에 대부분 PC통신 대화방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문자표현이 가능한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은어와 속어는 더욱 널리 퍼지고 있다. 「1010235」(열렬히 사모해) 등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에 「:)」(미소), 「:D」(웃음), 「T.T」(눈물) 등 기호까지 빈번히 사용된다.

PC통신 등을 통한 언어파괴가 일상생활에 까지 번지면서 여러가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은어들 가운데 일부 재치있는 표현들도 있지만 대부분 기존 언어체계를 무시하는 것들이라 학교 국어교육에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S중 국어교사 송모(30)씨는 『아이들이 언어는 물론 서체조차 샘물체, 필기체 등 컴퓨터 서체를 흉내내고 있다』며 『이러한 사용습관은 올바른 언어를 통한 감정표현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또다른 경직된 사고체계를 갖게 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언어학자들은 『PC통신에서 사용되는 속어와 비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면 정상적인 언어생활까지 망칠 수 있다』며 『방송 등 영향력 있는 대중매체들 부터 올바른 언어를 써나가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학교에서도 꾸준히 순화교육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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