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일본방문은 「21세기 새로운 한일동반자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본 틀을 만들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일본이 사죄를 하고, 한국은 이를 이해 및 평가했다는 점에서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된 것만은 틀림없다. 앞으로 이같은 화해와 협력의 정신을 양국관계에서 살려나가는 것이 과제라고 볼때 한일 신시대의 개막은 바로 지금부터의 노력에 달렸다고 할 것이다.사죄를 하고 동반자시대를 열기로 선언했다고 해서 과거의 역사를 잊었다는 것이 아니다. 아쉬움이 있지만 새로운 동반자시대를 열자는 대국적 견지에서 일본의 「성의」를 이해하고 포용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양국이 발표한 11개항의 공동선언 및 행동계획은 이번 정상회담의 결정체란 점에서 이를 얼마나 성심껏 실천하느냐에 동반자관계 구축의 성공여부가 달렸다.
84년 전두환 전대통령이 일본을 첫 공식방문한 후 역대 한국대통령들이 일본을 방문했지만 이번처럼 기대가 크고, 방문일정을 국민이 편안하게 지켜본 적은 없었다. 이것은 전후 53년간의 양국관계가 근본적인 문제해결 없이 말만의 우호관계를 맺어온데 대한 양국의 진지한 반성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세를 양국이 계속 유지한다면 과거역사의 아픔을 뛰어넘지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앞으로 한국국민은 일본이 전후에 이룩한 경제발전과 세계평화를 위한 역할을, 일본국민은 역시 한국이 식민통치와 전쟁의 잿더미를 디디고 일궈낸 경제발전과 민주국가 건설을 솔직히 인정하고 평가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일본 천황의 방한이나 60만 재일동포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 군대위안부와 역사교과서 기술문제도 이러한 용기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지난번에도 지적했지만 재일동포 지방참정권은 천황의 방한과 함께 새로운 한일동반자시대를 여는 상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오부치(小淵) 총리 등 정부관계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뜻을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이는 재일한국인들이 일본사회에 더 많이 기여하는 사회구성원이 되게 할 뿐 아니라 앞으로의 과제인 천황의 방한과 2002년 월드컵축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일관계의 피해자라 할 재일한국인들이 일본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사는 한 진정한 한일 새 시대는 오지 않는다. 천황이 한국국민의 환영속에 방한하는 것도 『기적은 기적적으로 오지 않는다』는 김대통령의 일본국회 연설처럼 서로에 배려하는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일 양국국민과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서로 확인하고 다짐한 화해와 협력의 기본 틀을 알찬 내용으로 채우려는 이러한 노력을 거듭할 때 한일 동반자관계가 구축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