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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배자서 문화생산자로 새 만남(韓·日 신세기: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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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배자서 문화생산자로 새 만남(韓·日 신세기:中)

입력
1998.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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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물결’ 오면 對日 시각 바뀐다/영화·음반·만화 등 젊은층 파고들듯/일방적 문화수입 부작용 커질수도8일 발표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도 불구하고 양국 국민의 의식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은 드물다. 산적한 과거사와 독도 영유권문제등은 여전히 현안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선언의 알짜배기인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국민교류를 계기로 양국관계는 크게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일본문화가 유입되면 대일감정의 패러다임(틀)도 달라지게 된다. 일본에 체류중인 일본문화전문가 이규형(李圭炯·41)씨는 『일본문화가 개방되면 젊은이들이 일본을 판단하는 기준도 「좋다, 싫다」에서 「재미있다, 재미없다」로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식민지배자가 아닌 문화생산자로 일본과 만나는 신세대에게 시장개방은 더 편리하게 일본을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본문화가 개방되면 시장점유율이 영화 7∼10%, 음반 5∼10%, 애니메이션 30∼35%(2002년 기준, 삼성경제연구소 추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문화개방은 단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일본 만화책과 음반, 비디오 대여점이 동네마다 들어서면 소수 마니아문화였던 일본 즐기기는 대중취미로 확산된다. 이렇게 되면 청소년 뿐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유인하는 다양한 일본대중문화가 전세대에 파고 들게 된다. 개방과 국민교류는 바로 일본문화의 「대량 유통­대량 소비」이다.

또 청소년에 대한 「워킹 홀리데이」 비자 허용은 호스티스등 주로 접객업 중심으로 이뤄졌던 일본취업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섣부른 「저팬 드림」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젊은 세대의 일본문화 대량소비 양상이 세대간 단절의 골을 더욱 깊게 할 수도 있다는 점. 아직도 한국의 구세대에게 일본은 한국을 수탈했고, 문화를 침탈했던 나라이다. 「강요된 수용」은 수용키 어렵다.

한일문화교류정책자문위원장 지명관(池明觀·74)씨는 『우리가 일본대중문화산업의 또 다른 시장이 된다는 개념이 아니라 양국간 문화교류가 이제 진정으로 시작됐다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 프랑스 이탈리아등 여러국가가 합작으로 영화를 만들어 미국시장을 겨냥하듯, 한국과 일본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시장에서의 「문화이니셔티브」를 도모하는 동반자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호·호혜의 원칙을 기대하기엔 아직 두 나라는 멀다. 이규형씨는 『한국젊은이 99%가 일본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일본젊은이 99%는 한국에 관심이 없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몇몇 트로트가수를 빼고 일본젊은이가 기억하는 한국 팝가수, 영화, 영화감독, 만화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 문화개방은 결국 문화 수압(水壓)이 높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일방적으로 흐르는 현상이 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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