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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과거’ 씻고 새 출발을(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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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과거’ 씻고 새 출발을(社說)

입력
1998.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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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小淵惠三) 일본총리의 한일정상회담은 일본이 『한국의 식민지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고 밝히고, 한국측이 이같은 사죄를 이해하고 평가함에 따라 한일양국이 과거사의 족쇄에서 벗어나 21세기를 향해 한차원 높은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 이같은 정신을 살려나간다면 지금까지 「가깝고도 먼나라」였던 양국관계가 「가까운 이웃」 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오부치총리의 사죄는 95년 무라야마(村山) 당시 총리의 전후 50주년 담화내용의 「아시아 제국」을 「한국 국민」으로 바꾸었을 뿐이고, 군대위안부문제나 역사교과서 기술 문제등에 대한 언급이 없어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명히 밝힌데다 이를 처음으로 문서화했고, 더이상 과거사에 매달리는 것은 양국관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해하고 평가했을 뿐이란 점을 밝혀 두고자 한다.

또다시 과거처럼 사죄 후 망언이 뒤따른다면 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 일본은 불충분한 표현이긴 하지만 16번이나 사죄 및 사과발언을 했다. 그런데도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은 것은 「사죄후 망언」이란 악순환이 되풀이되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이 재연된다면 이번 정상회담이 과거사 청산이 아니라 봉합이나 통과의례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면치못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 일본의 태도를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양국간에는 역사인식의 차가 큰 것이 사실이지만 『20세기초에 시작된 불행을 금세기안에 매듭짓는다』는 정신으로 풀어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양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분야의 협력을 다짐한 11개항의 공동선언문과 5개분야 43개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연 1회 정상회담개최, 문화교류확대와 안보 및 경제협력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것은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구축을 위한 뼈대일 뿐 이에 살을 붙이는 것은 양국국민들의 몫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계기를 마련한 것일 뿐 미래지향적 동반자관계 구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김대통령의 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도 양국관계의 발전은 시대적 요청이란 인식에서 두나라는 서로를 배려하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고 불편한 관계로 21세기를 맞는 것은 두나라 모두를 위해서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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