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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요청사건 고문시비에 검찰 수사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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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요청사건 고문시비에 검찰 수사 ‘제자리’

입력
1998.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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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증확보 ‘신중說’속 주요 참고인 줄소환/다음주가 분수령검찰의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 수사가 제자리 걸음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안기부에서 한성기(韓成基·39·전 포스데이터 고문)씨 등 3인방의 신병을 넘겨받은지 보름이 다돼 가는데도 참고인 조사조차 변변이 하지 못한 상태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처럼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는 수사관계자의 말은 검찰의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검찰은 수사부진의 원인으로 「상황론」을 펴고 있다. 「고문조작설」을 들고나온 한나라당이 신체검증·감정신청과 증거보전 및 접견요구를 하는 등 잇따라 법적 제동을 걸어 수사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문시비가 일자 당황한 안기부가 잇달아 주요 수사자료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검찰이 수사와 해명을 동시에 해야하는 곤란한 입장에 빠졌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변호인단의 잇단 법적제지와 안기부의 자료공개로 수사가 방해를 받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검찰은 고문조작설이 법원에서 사실로 인정될 지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법원이 고문에 의한 자백이라고 판단하면 안기부에서 한씨 등이 진술한 내용은 증거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은 안기부 수사 당시 「총격요청」을 일관되게 시인했던 한씨 등이 최근 들어 진술을 번복하고 있어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부가 여섯달이상 수사한 내용을 한달만에 깔끔하게 마무리지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도 검찰의 발목을 죄고있다. 더욱이 이 사건 핵심쟁점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나 동생 회성(會晟·에너지경제연구원 고문)씨의 연계부분이 드러나지 않으면 자칫 검찰이 모든 비난을 떠안게 될 부담도 크다. 안기부는 수사내용을 검찰에 송치하는 것으로 임무가 끝나지만 검찰은 공소유지에 신경을 써야 해 책임의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또 이 사건이 정치권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야권의 만만치 않은 반발 등도 검찰의 수사행보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찰이 구속된 3인방의 진술외에도 혐의를 입증할만한 물증을 확보해두고 사건의 파장을 고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고문을 하지 않고도 자백을 받아낼 방법이 있다』는 검찰 고위관계자의 자신있는 발언은 이같은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차질을 빚은 수사일정을 감안할 때 검찰이 8일 진로그룹 장진호(張震浩) 회장 소환에 이어 주요 참고인들을 줄줄이 소환조사할 것으로 보여 다음주가 이번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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