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한때 118엔대/하루 10%이상 폭등/헤지펀드들 주동/경제 펀더멘틀보다 투기팽배 시장불안 반영/자본자유화에 경보음국제금융시장의 「대발작」이었다. 7일 도쿄(東京)와 런던,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세계 3대 기축통화 중 하나인 엔화의 가치가 하루사이 최대 10% 이상 폭등한 것이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엔화의 최고가는 달러당 118.80엔. 전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마감된 132.87엔에 비해 무려 14.07엔이나 올랐다. 일본은행과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동 시장개입으로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던 6월 17일의 상승폭이 달러당 7엔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이날 엔화의 상승폭이 얼마나 큰 것인 지를 알 수 있다. 이날 상승폭은 또 일본이 엔화의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74년 이후 가장 큰 것이기도 했다.
문제는 도대체 경제 교과서에서도 찾을 수 없는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 가 하는 점이다. 금융조기건전화법안의 국회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나 미국의 경기악화 예상 및 금리 추가인하 가능성 등은 이미 상당부분 시장에 반영된 상황이었다. 엔화의 상승 요인은 될 수 있지만 대폭등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국제금융시장의 기본적인 불안정성이 시장분위기를 극단적으로 몰아갔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날 엔화 매입과 달러 매각의 주도세력은 대형 헤지 펀드와 일본 시중은행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외환시장에서 엔화 선물과 옵션을 팔아왔던 헤지 펀드들이 엔화 강세 조짐이 보이자 갑자기 엔화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엔화 약세의 지속에 따라 달러화를 많이 보유하고 있던 일본 시중은행들도 달러화의 약세 반전이 예상되자 달러화를 매각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들 헤지펀드와 일본 시중은행들은 엔화가 오를수록 엔화를 더 많이 매입해야 하고, 달러화가 떨어질수록 달러화를 더 빨리 매각해야 한다. 한 나라의 통화가치가 기본적인 경제여건(펀더멘틀)을 반영하지 못하고 외환시장에서의 투기적인 기대심리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셈이다.
기대심리는 순식간에 돌변한다. 투기화한 시장일수록 이같은 상황은 더욱 자주 나타난다. 7일 지구촌을 한바퀴 돌며 나타났던 엔화의 대폭등은 이같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한 예에 불과했다. 자본이동의 완전한 자유화를 중요한 축으로 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 시대의 자본주의 시스템에 경보음이 울리고 있는 것이다.<박정태 기자>박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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