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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노벨문학상 사라마구의 작품 세계와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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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노벨문학상 사라마구의 작품 세계와 생애

입력
1998.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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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적 리얼리즘의 ‘살아있는 교과서’/민중사관에 문체도 독특/寓意的 기법통해 현대인의 정체성 추구/高卒 47년 ‘죄악의 땅’ 등단/국내 번역소개작 없으나 유럽선 ‘葡대표적 지성’ 명성「이베리아반도의 희망」으로 불리던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76)가 포르투갈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80년대 이후 끊임없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온 사라마구는 현대문학의 한 커다란 흐름인 마술적 리얼리즘의 「살아 있는 교과서」로 불린다.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7일 개막한 도서전시회에 참석한뒤 스페인 카나리아제도의 자택으로 돌아가던중 수상소식을 들었다.

그의 작품세계는 토마스 베른하르트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사이의 교차로라 할만한 지점에 위치해 있다. 그처럼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새로운 문학언어의 추구와 함께, 조국 포르투갈의 희박해져가는 역사성과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작품세계 전반에 잘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는 그의 작품이 단 한 편도 소개돼 있지 않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그의 저작 거의 전부가 번역소개된 포르투갈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힌다.

사라마구는 47년 소설 「죄악의 땅」을 발표하면서 창작활동을 시작됐다. 포르투갈 중부 리바테주 지방의 아징하가에서 태어난 그는 세살때 리스본으로 이주했으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교만 졸업하고 독학으로 문학수업을 했다. 60년대까지 신사실주의 문예지 「세아라 노바(Seara Nova)」에서 계급투쟁적 시각의 작품을 선보인 이후 민중사관적 작품경향은 그의 활동 전반을 관통한다.

등단 후에도 그는 기술자 공무원 번역가 평론가 신문기자 자유기고가등 수많은 직업을 전전했다. 사라마구의 문학인생은 80년대 들어서야 새롭게 개화했다. 16세기 포르투갈의 해양개척 시기 왕궁건설 노역부들의 사랑과 왕실이야기를 대비시켜 민중사관적 경향을 드러낸 대표작 「수도원의 기억」과 또 다른 대표작 「바닥에서 일어서서」는 그에게 문단의 평가와 독자의 사랑을 한꺼번에 가져다주었다.

무엇보다 그의 업적은 자신만의 독특하고 생경한 문체를 추구하는 혁신적 실험성에 있다. 그가 문장부호로 사용하는 것은 쉼표와 마침표뿐이며, 직접·간접화법과 단락 구분이 전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텍스트를 읽는 독자들을 끊임없이 혼란시킨다.

이러한 언어창조작업과 함께 80년대 이후에는 조국의 역사를 소재로 포르투갈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을 조망하는 시도를 계속했다. 유럽연합(EU)에의 귀속이라는 정치적 노선에 격렬하게 반대했던 그는 포르투갈의 화려했던 과거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그것의 회복을 소시민과 소외계층의 입장에서 추구하는데 문학적 토대를 두고 있는 것이다. 2년 전 포르투갈에서 사라마구의 강연을 들은 바 있으며 「수도원의 기억」을 번역중인 송필환(宋必煥) 한국외대 포르투갈어과 교수는 사라마구의 작품세계를 『우의적(寓意的) 기법을 통한 현대인의 잃어버린 정체성과 유토피아의 추구』라고 요약했다.

국제적으로 수많은 독자를 가진 그는 문학성과 상업성 양면에서 성공을 거둔 작가로 꼽힌다. 포르투갈 최고의 문학상인 「까몽이스상」을 받았고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에서 각종 문학상과 훈장, 박사학위를 받았다.<하종오 기자>

▷연보◁

▲1922년 포르투갈 아징하가에서 출생

▲47∼65년 언론인 평론가 공무원 생활

▲소설 「죄악의 땅」(47년) 「서도(書道)와 회화안내서」(77년) 「바닥에서 일어서서」(80년) 「수도원의 기억」(82년) 「히카르두 헤이스의 사망연도」(84년) 「그리스도의 복음」(86년) 「실명(失明)에 대한 에세이」(95년)

▲희곡 「밤」(79년) 「이 책으로 무엇을 하랴?」(80년) 「프란시스쿠 아시스의 두번째 삶」(87년) 「신의 이름으로」(93년)

▲시집 「가능한 시」(66년) 「아마도 즐거움」(70년) 「1993년」(75년)

▲평론 「이 세상과 다른 세상」(71년) 「여행자의 가방」(73년) 「DL이 가졌던 의견들」(74년) 「메모」(76년)

▲일기 「란사로트의 노트Ⅰ」(94년) 「란사로트의 노트Ⅱ」(95년) 「란사로트의 노트 Ⅲ」(96년)

▲여행기 「포르투갈 여행」(81년)

▲콩트 「거의 사물」(78년) 「오감(五感)의 시학­청각」(7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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