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매장 및 묘지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보다 효율적인 장묘제도 개선의 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의 골격은 개인묘지는 종전 24평에서 9평으로, 집단묘지는 9평에서 3평으로 제한하고, 분묘 사용기간도 15년씩 3회까지 연장을 허용하되 60년을 넘길 수 없게 되어있다. 이로써 새법이 시행되면 모든 사람은 사망한 지 60년이 지나면 묘지가 없어지고, 유골은 화장되거나 수습되어 납골당에 안치된다. 이를 어길 경우 1회에 500만원씩 1년에 2회까지 강제이행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개정안은 또한 전국토에 산재한 불법분묘를 정비하기 위해 남의 땅에 묘지를 쓴 사람의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59년 대법원은 20년 이상 별 문제없이 묘지로 사용했을 경우 남의 땅이라도 묘지사용자의 점유를 판례로 인정해준 바 있다. 개정안은 국토개발 등 필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무연고 분묘에 대해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무연고 분묘로 확인될 경우 화장후 납골당에 안치할 수 있도록 근거조항을 마련했다. 전국의 무연고 분묘는 800만기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장묘문화 개선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이 운동을 자극한 것은 지난 홍수때 큰 문제가 되었던 공원묘지 파손과 최종현 SK그룹회장의 화장 유언이라고 볼 수 있다. 최회장은 자신을 화장할 뿐 아니라 훌륭한 화장터를 만들어서 사회에 기증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많은 지도층 인사들이 그의 유지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이어 많은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호응하고, 각 종교에서도 화장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성숙해 있다.
지난 여름 집중폭우로 전국에서 유실된 4,000여기의 분묘는 아직도 대부분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유골을 수습하지 못한 유족들은 추석에 합동분향소를 차려야 하는 등 고통을 겪으면서 화장의 필요성을 절감하기도 했다. 좁은 국토가 공동묘지화하는 것을 막자는 주장은 갈수록 절박함을 더해가고 있다. 복지부는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 공청회 등을 통해서 장묘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성균관과 유림 등의 지도자들도 만나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
새법이 시행될 경우 대통령령에 의해 사회적으로 공헌이 많은 인물 등은 특별묘지에 안치하는 등 예외규정이 적용된다. 그러나 일반묘지의 경우 최장 사용기간이 완료되는 60년 이후에는 기존의 모든 선영이 납골당으로 이장되는 사태를 예상해야 하므로 보다 치밀하고 섬세한 경과규정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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