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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깊어진 ‘지역民心’/이영성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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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깊어진 ‘지역民心’/이영성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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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끝나고 귀경 길을 따라 올라 온 민심은 절망 그 자체였다. 그 절망이 경제난국이나 정쟁에 대한 분노였다면, 그나마 다행이었을 것이다.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정치권을 채찍질하면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번 절망은 총격요청사건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경부선 민심과 호남선 민심이 전혀 다르다는 참담한 현실에서 잉태되고 있다. 절망을 극복해야 할 주체인 국민이 절망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호남이 고향인 사람들은 『어른들이 분노하더라. 우리 자식들에게 총을 쏘라고 적에게 요청한 범죄자들을 처단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전한다. 영남을 다녀온 사람들은 『대다수가 반신반의하더라. 노인네들은 세상 좀 조용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말한다. 고문 논란에 대해서도 영남 출신들은 『안기부가 무리한 의혹이 있다』며 기정사실화하는 표정이고 호남출신들은 『구타문제로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한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이토록 편차가 큰 나라가 과연 있을까. 이처럼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맹목적인 민심이 존재하고 있을까.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엄존하는 국민 분열의 처절한 실상이 추석을 통해 다시 확인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아주 상식적인 물음이 제기된다. 지역으로 분열된 상태에서 IMF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또 불과 몇 년 남지않은 21세기에 우리가 세계사의 주역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모든 답은 『아니다』로 귀착되나, 이는 『지역주의만 없애면 재도약이 가능하다』는 역설적 희망으로 연결된다.

당장 눈 앞에 있는 총격요청사건의 처리도 온갖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해법은 있다. 사실에 입각, 정확히 처리하면 된다. 총격요청사건이건 고문논란이건 죄가 드러나면 누구든 처벌하면된다. 거기에는 그 어떤 정치적 고려나 뒷거래, 미봉이 있어서는 안된다. 진실에 기초한 죄와 벌이야말로 절망속에서 희망의 싹을 찾는 처절한 몸부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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