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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진아웃제/문창재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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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진아웃제/문창재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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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말을 줄이고 소리나는대로 표기하는 젊은이들의 PC통신 언어가 우리말을 급속히 오염시키고 있다. 「어솨요(어서 와요)」 「설(서울)」 「방가(반가워요)」 「쟈철(지하철)」 「글쿠나(그렇구나)」 「여페서(옆에서)」 같은 말은 자기들끼리 의사소통을 하며 변조한 것인데, PC통신 매체를 타고 급속히 번져 일상생활에까지 파고들었다. 중고교생들의 일기나 편지에는 물론이고, 작문숙제에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신문에도 말장난 글자장난 같은 어휘와 제목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인다. IMF 사태 이후 달러비상이 걸리자 각 신문 제목에 「弗길」 「弗씨」 「弗난집」같은 국적불명의 조어가 유행처럼 쓰이더니, 「錢화위복」 「錢錢긍긍」 「齒욕」 「雪雪기다」 같은 말들이 뒤를 이었다. 말도 안되는 조어의 남용이 도를 넘어서자 신문윤리위원회가 각 신문사에 주의를 요하는 공문을 보낸 뒤에야 자제하는 빛이 보인다.

■특히 방송의 경우 부적절하고 비속한 용어들이 흘러넘친다. TV 연속극에서는 가족간 대화에 경어를 들어보기 어렵다. 딸이 어머니에게, 손자가 할머니에게 반말하는 것은 예사다. 불경스레 윗사람에게 대드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연예인 초대 토크쇼 같은 프로에서는 「꼬붕」 「선빵 날릴래」 「울트라 캡션 나이스 짱이야」 「야매로 눈을 까 가지고」 「좀만한게 말안듣고 엉겨」 「쫌냈다」같은 비속어가 난무한다.

■신문과 방송은 국민의 국어교과서다. 특히 방송의 전파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오늘은 한글날이다. 해마다 이 때면 국어순화를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만 이제는 좀 달라져야겠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나 출연자들에게 3진아웃 제도를 시행하면 어떨까. 방송에 부적절한 언어가 나오는 프로의 제작자나 출연자에게 옐로카드를 주어 3번만에 아웃시키면 메아리 없는 경고나 주의촉구보다 효과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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