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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협력으로 ‘과거앙금’ 씻기(韓·日 신세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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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협력으로 ‘과거앙금’ 씻기(韓·日 신세기:상)

입력
1998.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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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교육·안보 등 全방위 교류 확대/새 시각가진 ‘폭넓은 인맥만들기’ 관건20세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한일 양국 정부는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채택, 과거사를 극복하고 새로운 차원의 관계 형성을 위해 나아가기로 합의했다.

한일의 양국 「도쿄(東京)선언」은 65년 한일 국교정상화 협정이후 처음으로 양국간의 포괄적 협력 원칙을 규정한 문서다. 양국정부는 이를 계기로 한일관계가 과거 문제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쪽으로 크게 무게중심을 옮기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과거 문제를 뒤로 돌리는 것은 일본측의 「사죄와 반성」이 완성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 아니다. 공동선언에 담긴 일본의 역사인식은 그동안 거듭했던 말들을 「종합」한 것이지, 수준을 높인 것은 아니라는 게 보다 냉철한 평가일 것이다. 일본의 반성을 문서화한 것은 진전이다. 그러나 이 또한 일본측 「진심」을 담보하는 것일 수는 없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일본에서 『1,500년에 걸친 한일 협력의 역사를 50년의 불행한 역사 때문에 무의미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같은 원리로, 상처가 생생한 반세기의 불행을 한 장의 문서로 덮지는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과거사의 정리는 피해자이며 채권자인 한국민의 결단이 먼저 이루어진 데서 비롯됐다는 게 우리측 시각이다. 현 정부가 출범후 군대 위안부, 천황 호칭, 대중문화 개방 등에 대해 선행조치를 취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기 위해선 일본 보다 한국의 자세 변화가 더 큰 폭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른 각오도 필요하다. 결국 과거의 청산은 공동선언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며, 약속된 미래지향적 교류협력을 실천해 나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실현될 전망이다. 문서에 집착하는 것은 또다른 반감과 갈등의 악순환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공동선언은 정치, 안보, 대북정책, 경제, 인적·문화적 교류 등을 전방위로 확산시키기로 하고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마련했다. 핵심은 경제 등 특정분야에 치중하고 다른 분야를 의도적으로 외면해온 양국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데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경제위기 속에서 출범함에 따라 대미(對美)관계에 치중했던 외교노선을 다변화하기 시작한다는 의미도 있다.

2002년 월드컵, 경제위기, 한국의 정권교체, 북한 문제 등 최근의 환경은 양국관계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도쿄선언의 행동계획이 차세대 교육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일본측 친한인맥은 한반도와 만주에서 식민지 경영에 앞장섰던 인물들이 주류였고, 한국의 대일창구 역시 일제하 엘리트층 출신이었다. 이들이 주도하는 양국관계는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상호간에 새로운 시각을 가진 폭넓은 인맥을 만드는 일은 신 파트너십을 위한 관건이며,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도쿄=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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