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위안부배상 등 조치 촉구일본이 이번에 과거사 사죄를 문서화한 것에 대해 각계인사들은 진일보한 것으로 일단 평가했다. 그러나 사죄 형식보다는 군대위안부 배상문제등 식민지배와 관련된 유산청산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려대 조광(趙珖·한국사학과) 교수는 『문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사죄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것은 종전보다 진전된 형식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조교수는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며 『일본 정부가 군대위안부 배상문제, 사할린동포처리, 징용자 보상문제 등 식민지배와 관련한 유산청산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양대 김병모(金秉模·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일본의 과거사 사죄를 긍정평가한 뒤 『프랑스가 자주 영국의 침략을 받았지만 선진문물을 영국에 전파했듯이 일본을 대할 때 우리는 문화적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악피아니스트 임동창(任東昌)씨는 『적극적 색채의 표현이 인상적이며 문화개방을 앞둔 일본인들의 기민함이 놀랍다』면서 『그러나 직접적인 경제침투를 앞둔 제스처일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대한민국독립유공자유족회 김삼열(金三悅) 회장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정립하는데 반대하지 않지만 구체적이고 공식적이며 진솔한 사과를 해야 했다』며 『단순히 사과를 문서화하는 수준이 아니라 국회결의같은 공식적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황인숙(黃仁淑·서울대진고교사)씨는 『일본정부의 사죄가 앞으로 양국간 관계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믿음이 안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거사문제에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고 보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김윤옥(金允玉) 공동대표는 『94년에 발표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 담화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며 『진상규명이나 책임자처벌 배상등 실질적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은 이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김기식(金起式) 사무국장은 『정치수사적 차원의 사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일본 정부가 진정한 사죄의지가 있다면 국제적 쟁점이 되고 있는 군대위안부 배상문제에 전향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진성(鄭鎭星·서울대교수) 한국정신대연구소장은 『일본의 식민지배와 군대위안부 문제 등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전쟁범죄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사를 두루뭉실하게 얼버무리는 것은 그동안 일본정부의 태도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혹평했다.<김동선·박천호 기자>김동선·박천호>
◎일본/“양국 정상외교 시작됐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공동선언에서 밝힌 「통절(痛切)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일본측의 과거사 발언중 가장 두드러진 95년 「무라야마(村山) 담화」의 뼈대를 그대로 문서화했다는 점에서 일부 반발도 있다. 그러나 문서화로 비로소 양국간의 「사죄 외교」가 종지부를 찍고 미래지향적 관계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것이 일본의 주된 반응이다.
에토 다카미(江藤隆美) 전 총무청장관 등 자민당 보수파와 도쿄(東京)대학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교수 등 보수사학자들은 『국내에 반론도 있는 마당에 사죄를 문서화하면 국민의 역사 인식을 두고 두고 제약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도쿄(東京)신문은 8일 「무라야마 담화」의 「국책을 그르치고 전쟁의 길을 걸어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뜨렸다」는 자기 반성 대목이 공동선언에서 빠진 것은 자민당내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전날 아키히토(明仁) 천황의 발언은 물론 이날 공동선언의 「반성과 사죄」에 대한 한국측의 사전 주문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천황 발언에는 거의 아무런 주문이 없었으며 공동선언에도 「극히 절제된」 요구만이 있었다며 『비로소 정상적인 외교 관행이 시작됐다』는 외무성 관계자의 말을 소개했다. 한편으로 일본어의 「오와비」를 지금까지 「사과」로 해석해 온 한국측이 이번에는 「사죄」로 번역했다는 작은 의미도 덧붙였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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