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재벌의 사업구조조정 협의가 책임경영주체 합의에 끝내 실패한채 부분 봉합으로 끝났다. 핵심쟁점이었던 반도체는 「단일화」라는 원칙 합의에도 불구하고 경영주체 선정을 11월말로 다시 연기했으며, 당초 일원화에 합의했던 발전설비와 철도차량도 막판까지 이견이 팽팽히 맞선끝에 결국 이원화 체제로 결말이 났다. 이미 합의를 봤던 여타업종도 대체로 지분 나눠갖기식이고, 비주력 부문에 대한 과감한 사업포기등 스스로 손발을 자르는 단호한 자구(自救)의지는 결국 보이지 못한채 한계를 드러냈다.물론 빅딜(사업 맞교환)만이 구조조정을 위한 최선의 해법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경이 허물어진 글로벌시대의 무한경쟁 체제에서 과거의 문어발식 사고로는 결코 기업이 생존할 수 없음이 자명하다. 잠재성있는 경쟁력 우위분야를 확실히 설정하고, 핵심역량을 그곳에 쏟아붓는 노력없이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잉·중복된 분야나 잘못된 투자에서 과감히 발을 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인 재벌의 행태는 여전히 과거의 문어발 사고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업영역에 대한 집착이나 욕심에서 전혀 달라진게 없다. 산업을 주도하는 이들 상위권 재벌들조차 우리경제가 직면한 위기상황과 여건변화에 무감각한 채 변신의 의지를 보이지 못하는데, 어떻게 우리경제가 회생력을 복원하고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는가.
공은 이제 정부와 채권은행단으로 넘어갔다. 금융논리에 따라 생존력이 있고 채권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지원하고, 그렇지 못하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은행이 하루 빨리 여신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야만 스스로 살아갈 자신이 없는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자구노력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구조조정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본다. 재벌들은 이제라도 좀더 성의있게 구조조정에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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