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절대 제2의 외환위기는 없다』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가 IMF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정부 당국자들에게 안겨준 선물이다. 캉드쉬 총재 뿐아니라 이번 총회에 자리를 함께하고 있는 상당수 국제금융관계자들도 『한국경제는 곧 회복될 것』, 『한국은 경제위기 극복의 모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IMF총회가 마치 「코리아 축하연」이 된 느낌이다. 때문에 정부 당국자들은 매우 고무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그러나 1년전으로 시점을 되돌리면, 그들의 수사(修辭)는 왠지 미덥지가 않다. 한국 경제가 환란(換亂)으로 치닫던 지난해 10월. 캉드쉬 총재는 IMF연차총회가 끝난 직후 『한국경제는 펀더멘틀(기초경제여건)이 튼튼하기 때문에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불과 1개월후, 한국경제는 도산위기에 처했고 결국은 IMF의 구제금융을 받아 국가부도는 면했다.
그들의 말은 외교적인 언사에 불과하다. 책임이 뒤따르지도 않는다. 국내경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이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 지도 의문이다. 단물은 받아넘기기 쉽지만 보약은 입에 쓰다. 한국경제에는 여전히 보약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도 경제회생을 낙관하기 어렵고, 제2의 환란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와 기업들이 갚아야할 외채는 무려 600억달러에 이른다. 외환보유고(433억달러)보다 훨씬 많다. 외채중 상당부분은 상환만기가 연장될 가능성이 있지만, 국제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수준의 만기연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보약이 필요하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침착하고 신중하게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덕담수준의 캉드쉬 총재 말에 솔깃할게 아니라 국제금융가의 비판과 주문을 되새기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