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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의사회’ 북한철수를 보며/朴容準(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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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의사회’ 북한철수를 보며/朴容準(발언대)

입력
1998.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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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의사회(MSF)」의 북한철수를 바라보면서 한핏줄인 한국인으로서 매우 착잡하다. 의료구호기구 하나가 북한에서 철수했다는 사실은 북한주민을 도와줄 소중한 손길이 하나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도주의 정신의 의사들로 구성된 국경없는 의사회는 세계 분쟁·재난지역에서 매우 훌륭한 의료구호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필자는 94년 국경없는 의사회와 동아프리카에서 함께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몇가지를 말하고자 한다.우선 재난지역에서 구호기구(NGO)가 철수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북한당국이 미국 캐나다지역 국제기구의 활동은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도 유럽지역의 구호기구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활동을 저지하는 숨은 의도가 있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는 국경없는 의사회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북한정권 내부의 문제와 국제관계의 역학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필자가 일했던 자이르 르완다 접경지역의 도시 부카브에서도 국경없는 의사회는 난민들의 반대로 철수한 적이 있다. 이는 수혜당사자들이 혐오하거나 의심하는 기구는 그 지역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3,4년전부터 북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려 했으나 원하는 만큼 구호활동을 허락받지 못했다. 그 전에도 자진철수를 한 적이 있었으나 이번엔 대중매체에 북한의 실상을 고발하면서 철수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북한의 의료실상이 백일하에 드러났지만 세계의 여론이 북한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든 북한 주민들을 도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돌아섰으면 한다. 각국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멀어지기를 원할 지 모르나 세계 도처의 비정부기구는 더 많은 관심을 북한에 보낼 것이다. 더불어 한국 구호기구들의 북한지원도 음으로 양으로 지속되고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북한에서 철수했으나 한국의 국제의료구호기구인 「글로벌케어」는 북한 의료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는 점도 꼭 밝히고 싶다.<글로벌케어 실행대표·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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